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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추억인가, 고생인가 part 2

by 바크

캠핑은 추억인가, 고생인가



생전 재미나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아마도 원효대사가 해골바가지 물을 마시고 얻은 깨달음처럼, 나도 오싹하고도 묘한 재미를 남긴 경험이 있다.



결혼 후 평범하던 남편은 점점 캠핑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의 주말은 캠핑으로 점령되었다. 나는 솔직히 캠핑이 싫었다. 1편에서 말했듯이, 어릴 적부터 불편하고 고된 기억이 많았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캠핑을 주도한 적도 없었다.



자존감이 낮았던 시절, 나는 남편의 말에 대꾸할 용기가 없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투덜거리며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남편의 욕망은 거침없었고, 천하를 호령하듯 캠핑 장비와 일정을 밀어붙였다.



어느 금요일 밤, 우리는 사설 캠핑장에 도착했다. 깊고 깊은 산골이었다. 광장이 있는 캠핑장이 아니라 산 지형 그대로 듬성듬성 사이트가 펼쳐져 있었다. 남편은 언덕 위 자리를 보고는 주인의 말에 따라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아래로 100미터쯤 내려가야 취사대와 화장실이 있었다.



내가 캠핑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이 둘을 돌보며 음식을 준비하고, 거기다 멀리까지 물을 뜨러 가야 한다는 것. 남편은 육아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고, 평일에는 자정에야 귀가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캠핑 장비를 사서 주말마다 떠나는 데 열정적이었다. 이런 사람이 캠핑장에까지 와서 아이들 챙겨가며 같이 요리하고 설거지까지 꿈에도 상상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집이나 밖이나 고생은 같기때문에 여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이 뭐가 힘들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모든 것이 외로움이자 부담이었다. 특히 가사노동과 육아에 자신도 없고, 요리조차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 캠핑은 고행에 가까웠다.



텐트를 치고 밤이 되었다. 자리에 누웠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남편은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지만 나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텐트 밖으로 나서자 깜짝 놀랐다. 텐트 바로 옆에 무덤 두 기가 가지런히 있었다. 대낮에 봐도 소름이 돋는 광경이었다. 무덤의 관짝 방향과 나란히 누워 잠을 잤다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덜덜 떨렸다.



밝은 날 무덤 옆에 텐트를 치라고 하면 과연 누가 칠 수 있을까? 나는 몸이 굳고 말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심리란 그런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때 문득 원효대사가 떠올랐다. '결국 마음가짐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두 번째 경험도 잊을 수 없다.


남편은 어렵게 예약한 캠핑장이 있다며 들뜬 기색이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따라나섰다. 도착한 곳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산속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예약한 곳이 맞다고 우겼고, 랜턴 불빛 아래 텐트를 쳤다.



개수대에 가보니 물은 잘 나왔고, 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캠핑장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나는 갑자기 무서움에 사로잡혔다. 멧돼지가 나오면 어떡하나 하는 상상까지 했다. 남편은 술에 취해 깊은 잠에 빠졌고, 나는 아이들을 끌어안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해가 떠오르고 텐트 문을 열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초록 잔디 사이를 다람쥐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돌돌 말아 모아 놓은 둥지 위에 도토리가 있었다. 어젯밤의 공포는 황홀한 광경에 밀려났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이상함을 느꼈다. 캠핑장인데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아침밥을 지으려고 쌀을 씻으러 나간 개수대에는 더 이상 물이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기다렸다가 9시가 되자마자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었다. 서로 대화를 하다 보니 남편이 엉뚱한 장소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침내 우리는 잘못된 곳에 텐트를 친 걸 알게 되었다. 우리가 있었던 곳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유스호스텔의 야영장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다시 텐트를 접고 실제 예약했던 캠핑장으로 이동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좋았잖아? 신선한 경험이었잖아"라며 미안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의 낭만은 언제나 내 고생 위에서 통통 살아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순간들이 내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다. 여전히 캠핑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오싹하고 기묘한 추억들은 분명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 두고두고 회자하며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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