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수당 받기
계약직으로 일하던 공장에서 잘렸다. 그동안 3개월 혹은 6개월씩 계약을 이어왔는데,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 2년이 되자, 정식직원으로 채용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했다. 계속 계약이 이어질 때마다 정직원이 될 희망이 커진다고 기대했던 나는, 결국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지난 금요일에 마지막 근무를 했다. 그동안 정들었던 직장동료에게 작별인사를 나눈 뒤, 출입카드를 반납하고 공장 밖으로 나오자, 눈물이 찔끔 흘렸다. 막막하다.
해고를 당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민 후 내 기억에만 최소 대여섯 번이다. 설사 정직원이 되어도 해고의 위험은 늘 있다. 정직원으로 채용되었다가 해고된 적도 있다. 이곳에서 해고는 일상적인 일이다. 나의 첫 해고는 캐나다 정착 2년째 일어났다. 그 당시 가지고 온 돈이 얼마 없던 나는 당장 일을 해야 했고, 주위사람들이 소개해준 한국인 Job Agency를 통해,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에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몇 달 후, 역시 주위분 중 한 분이 더 많은 돈과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캐나다인 Job Agency를 소개해주었고, 그곳을 통해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할 수 있었다. 처음에 Day time에서 일했지만, Night time에서 일하면 6개월 후 정직원이 될 수 있다는 제안에 밤근무를 자원했고, 낮밤이 바뀐 생활이 힘들었지만 결국 6개월 후 정직원이 되었다.
그렇게 정직원이 된 6개월 후 Layoff 되었다. 공장 라인 하나가 없어지면서 Seniority에 따라 Layoff 가 진행되었고, 정직원이 된 지 얼마 안 된 내가 그 명단에 있었다. 이렇게 잘리면, Job Agency를 다시 찾아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임시직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때 왜 내 주위의 이민자들이 그토록 본인의 비즈니스를 하려고 애쓰는지 깨닫게 되었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면 적어도 직장에서 잘릴 위험은 없는 것이었다. 여러모로 불리한 조건의 이민자들이 그나마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면 경제적 불안함은 말로 다할 수 없다. 그 일을 당한 뒤, 나도 마음을 고쳐먹고 기술을 배우든 내 비즈니스를 하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직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일이다. 직장에서 근무할 때 받는 주급에서 세금도 제하지만, 얼마간의 실업보험료도 제하는데, 본인이 관두는 경우가 아니라 직장의 상황 때문에 실직당할 때,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통상, 세전 소득의 60%, 세후소득의 70% 정도의 금액을 2주마다 받을 수 있다. 받을 수 있는 최대 기간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실업률에 따라 정해진다. 주거지역의 실업률이 높을수록 더 오랜 기간 받을 수 있다.
요즘 캐나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온다. 이럴 때 실업수당이 있어 그나마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새 직장을 찾기 전,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려 한다. 가족과의 시간도 보내고, 그동안 해오던 일과 다른 일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도 해보려 한다. 처음 직장에서 잘렸을 때 눈앞이 캄캄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지나가는 소중한 삶의 한 순간일 뿐. 시간이 지나 다시 경기가 좋아지면, 잘렸던 곳에서 다시 연락이 올 수도 있으니, 그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면 된다. 아내는 잘린 덕분에 한동안 떳떳이 쉴 수 있으니 좋겠다고, 내게 우스개 소리를 한다. 비록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할 때까지, 내게 주어진 휴식시간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