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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 세상

마음이 무너지려 할 때

by 숲속다리

예상 못한 일들이 내 주위 여기저기에서 펑펑 터진다. 마음이 갑갑하고 어쩔 줄 모르겠다. 예전에도 이런 일들이 종종 있었지만, 이젠 그런 일들을 감당할 힘이 없는 나를 발견한다. 예상 못한 일이 혹시 또 생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죽을힘을 다해 이번 일을 해결하면, 반드시 지금보다 더한 일들이 생길 것이라는 두려움이 드는 순간, 난 절망한다. 왜 자꾸 이런 일들이 연달아 생길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해, 막연한 불안으로 넘어가고, 앞으로 계속 이런 일들 속에 빠져 영원히 고통받고 살 것이란 두려움에 절망한다.


이민 1세대의 삶이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안고 사는 삶이다. 원초적 불안이 있다. 살면서 계속 발생하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한다는 버거움이 있다. 하나하나 해결하며 살다 보면 점점 나아져, 언젠가는 안정되고 편안한 삶을 살 것이란 기대를 안고 시작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더 이상 나아질 수 없는 지점이 나타나고, 만성질환이나 고질병처럼 그저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순간이 온다. 그 후에 찾아오는 것은 포기하는 마음이다. 자신의 한계를 느낀 후, 자신이 그동안 만들어놓은 울타리 안에 숨는다. 그리고 그 울타리가 침범당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한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빨리 바뀌는 요즘 세상에, 영어를 못해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나 같은 이민자들은 자꾸만 변두리로 밀려나 삶이 힘들어진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힘들어진다. 물가가 계속 올라 살기 위해 필요한 돈은 늘지만, 소득은 점점 줄어든다.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상황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금보다 더 힘들게 살 것이라는, 이젠 삶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불안하고 두렵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희망은 옅어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버틴다고 나아질까? 그저 하루를 견디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까? 좋은 날은 고사하고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다. 실직, 아픈 몸, 늘어가는 빚, 경기침체, 물가상승, 임금 하락, 노후 대책 등등. 이런 암울한 상상들을 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아무리 고민해 봐도 답이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지금의 이런 나의 상태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환경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이차적으로 고통받고 아프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막는 일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은 언제나 나에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속엔 언제나 작지만 선명한 한 줄기 빛이 있었고, 그 빛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 유일한 위로였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 주위의 어둠은 점점 깊어가지만, 내 마음속 한줄기 빛은 사라지지 않고, 더 밝게 빛난다. 그동안, 어떤 깊고 강한 어둠도 빛을 이긴 적이 없었고, 어둠이 그 빛을 삼킨 적도 없기에, 캄캄한 어둠 속에도, 마음속 한 줄기 빛이 있다는 사실을 통해 위로받으며 하루하루 살았다. 그래서, 그 마음속 빛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 빛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 마음속 한 줄기 빛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오늘 하루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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