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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보내기

돈이 눈처럼 내리길

by 숲속다리

지난해 다니던 공장에서 해고된 후, 그동안 지쳤던 몸을 추스르고, 바쁜 연말을 보낸 후, 올 1월부터 본격적으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다행히, 작년 12월까지 뜸했던 채용공고가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해, 매일 구직사이트를 찾아보고 적당한 곳을 골라 이력서를 보냈다. 요즘 캐나다 경기가 안 좋아, 금방 연락을 올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여러 곳에 보내면 언젠가 연락이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시작했다. 대부분 경력이 있는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자동차 부품과 관련된 곳으로 주로 이력서를 보냈는데, 나중엔 자동차 부품생산 공장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곳이 없어, 단순 부품조립을 찾는 곳에도 이력서를 보냈다.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나고, 3주일이 지나도 어디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올 1월은 정말 눈이 많이 왔다. 아침마다 밖을 내다보면 세워둔 자동차 위에 눈이 잔뜩 쌓여있고, 주변의 집들과 거리에도 하얗게 눈이 쌓여있다. 1월에 눈이 제법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매일 눈이 내린 적은 없었다. 그나마 내린 눈의 양이 많지 않고, 주로 낮보다 한밤중에 내려 운전할 때 덜 위험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상하게 올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린다. 밤새도록 눈이 내리면, 밤 사이에 제설차가 눈을 치우며 제설용 소금도 잔뜩 뿌려놓아, 바람에 날리는 소금가루가 차에 달라붙어 차 전체와 유리창이 뿌옇게 변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면, 앞유리창에 끊임없이 소금가루가 달라붙어, 워셔액으로 계속 닦지 않으면 시야가 흐려져 운전이 몹시 힘들다. 또한, 매일 집 앞에 쌓인 눈도 치워야 하고, 추위에 얼지 않도록 부지런히 소금도 뿌려야 한다. 매일 이렇게 눈이 내리면, 내리는 눈은 더 이상 낭만이 아니라, 해야 할 힘든 일이 된다.


게다가, 실업급여 청구를 통해, 마이너스 상태인 수입을 일부라도 메꾸려던 나의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하도 오랜만에 하는 실업급여 청구였기에, 착각과 실수가 겹쳐 청구 자체가 늦어졌고, 결국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실업급여를 받게 되었다. 그마저도 청구할 때마다 담당자에게 전화해 나의 상태를 매번 설명해야 하고, 관계자가 그때마다 지급여부를 결정하다 보니, 실제로 내 통장에 실업급여가 들어오는 시점이 더 늦어졌다. 결국, 실직 후 두 달 동안 아무런 수입 없이 살게 되어, 경제적인 마이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구직기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재취업에 대한 불안감도 커져간다.


1월 한 달, 아무런 성과 없이 지나버렸다. 오늘도 변함없이 여기저기 구직사이트를 찾아 이력서를 보낸다.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공허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전에 다니던 공장을 소개해 준 소개소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그곳도 더 이상 자동차부품 공장 쪽 일은 없다고 한다. 일이 생기면 연락 주겠다는 상투적인 말만 계속할 뿐이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관세부과로 인해,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가 타격을 입은 상태라, 이쪽 업계가 조만간 회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게다가, 그동안 캐나다에서 이민자를 점점 많이 받아, 예전보다 공장에서 일하기가 쉽지 않다. 일할 사람은 많고 일은 적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이 암울하지만, 그래도 막히면 언젠가는 풀리는 경험을, 지난 22년간의 캐나다 생활에서 배웠기에 희망을 가지고 기다린다. 오늘도 오후가 되니, 갑자기 일기예보가 바뀌어 예정에 없던 눈이 내린다고 한다. 2월엔 좋은 소식이 오길 기대하며, 집 앞에 제설용 소금을 뿌린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전부 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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