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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 엄마(1)

불법 체류자 이야기

by 숲속다리

내가 그녀를 처음 안 것은 이민 초기의 한 교회에서였다. 나보다 몇 년 먼저 캐나다에 왔고,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녀의 딸 이름이 윤진이라서 다들 윤진엄마라고 불렀다. 한국에서 의상실도 했던 그녀는 옷수선 솜씨가 뛰어났다. 한국사람들이 그 당시 많이 하는 세탁소에서 일감을 받아 집에서 옷수선을 했다. 그녀에게 일을 맡긴 세탁소 주인들은 감쪽같은 그녀의 옷 수선 솜씨에 놀라, 세탁소 주인들 사이에서 속칭 '신의 손'이라고 불렸다. 손님이 충분한 비용만 지불한다면, 원하는 대로 옷을 한 벌 지을 수도 있는 능력자였다.


세탁소에서 수선을 하는 분들이 대부분 캐나다 이민후 생계를 위해 수선을 배운 것에 비하면, 이미 한국에서 체계적으로 배우고 많은 경력도 가진 그녀와 비교할만한 능력자는 주위에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녀는 불법 체류자다. 가족이 캐나다에 방문했다가 그냥 눌러앉은 케이스다. 캐나다는 미국과 다르게 불법 체류자 구제방안이 없어, 유일한 방법이 이민을 신청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가족도 캐나다 정착 후 얼마 후 이민 신청을 했는데, 그때 운나쁘게 이민 중개인을 잘 못 만났다. 같은 교회 사람이라는 이유로, 경험이 전혀 없는 이민 중개인을 통해 이민수속을 진행했고, 결국 거부당했다. 그렇게 한 번 거부당한 기록이 남아, 그 이후 수차례 걸쳐 비싸고 잘한다는 변호사를 통해 이민수속을 진행했지만, 번번이 돈만 날리고 거부당해 결국 불법 체류자가 되었다.


불법 체류자는 정식으로 회사에서 일할 수 없고, 자신의 이름으로 가게를 열 수 없고, 은행거래도 할 수 없고, 운전 면허증도 취득할 수 없고, 병원의 무료 진료도 받을 수 없고, 자녀들도 무상교육을 받을 수 없다. 그녀는 그 좋은 솜씨에도 불구하고, 주변 한국인 지인들이 가져다주는 옷들을 아주 싼 값에 수선해 주며 집안에서만 살고 있다. 혹시 운나쁘게 경찰과 마주쳐 추방당할까 봐 외출도 삼가고, 최소한의 생계활동만 하며, 온종일 집안에서 미싱을 돌리며 산다. 옷수선비를 터무니없이 싸게 받아도 항의하지 못한다. 괜히 그들의 심기를 거슬려 불법 체류자로 신고당할까 봐. 실제로 그녀에게 옷수선을 맡겼던 사람들 중에 그녀의 그런 약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작은 말다툼 후 신고를 당해 급하게 주거지를 옮긴 적도 있었다. 그 일 이후, 그녀는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을이다.


이런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민신청이었기에, 그녀는 힘들게 돈을 모으면 이민신청하기 위해 번번이 사용했고, 그 때문에 모은 돈이 없어 항상 가난하고, 가난하니 계속 일해야 했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다. 몸이 아파도 병원비가 두려워 병원에 가지 못했다. 당뇨가 있지만 약만 먹고 버텼다. 그저 살아있으니 사는 것이지, 아무런 희망도 미래도 없는 허탈한 삶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그녀에게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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