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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휴가

휴가 계획

by 숲속다리

캐나다의 7,8월은 여름휴가시즌이다.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캐나다에서, 두 달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난다. 상황과 필요에 따라, 가까운 근교에서 해외까지 대부분 사람들이 이 기간에 휴가를 반드시 다녀온다. 돈이 없으면, 빚을 내어서라도 다녀온다. 다녀온 후 만나는 사람마다 서로 휴가에 대해 물어보며, 행복한 기억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내년에는 어디를 가고 어떻게 휴가를 보낼지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다음 여름휴가 때까지 일 년을 버틴다. 캐나다인에게 휴가는 삶의 중요한 부분이고, 한해를 버티는 원동력이고, 돈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이 휴가에서 원하는 것은, 말 그대로 휴식과 행복한 추억이다. 어떤 멋진 곳에 휴가를 갔느냐보다, 그곳에서 어떤 시간을 보냈고 얼마나 행복했는지가 대화의 핵심이다.


여름휴가를 간 캐나다인들은 어느 한 곳에 터를 잡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호숫가에서 일광욕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잠을 자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휴가 내내 산악자전거를 타거나, 수영을 하면서 보낸다. 혹은, 휴가 내내 호텔에 틀어박혀, 그 안에서 하루 종일 먹고 마시고 노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며칠 몇 주 몇 달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즐긴다. 그렇게 휴가를 즐기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휴가 때의 행복한 기억들이, 힘든 일상생활을 버티는 힘이 되고, 한편으로 휴식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새롭게 발견하여, 앞으로의 삶에 대한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언젠가 은퇴하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비로소 시작되고, 그 일을 하면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낸다.


반면에, 이민자들은 휴가를 떠나기 전, 휴가계획부터 세운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볼지, 무슨 음식을 먹을지 등에 대한 빈틈없는 시간계획을 짜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올 수 있도록 준비한다. 휴가는 휴식이 아니라, 일종의 여행이다. 그래서, 미리 꼼꼼히 준비하고 계획한다. 휴식을 위해 휴가를 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갔던 멋진 곳을 방문하기 위해, 휴가에서 돌아오면 자신들이 얼마나 좋은 곳을 갔는지, 그곳이 얼마나 멋진 곳인지에 대해 자랑하기 위해 휴가를 준비하고 다녀온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멋진 곳에서, 더 싼 가격에 더 많은 곳을 보고 먹고, 사진 찍어왔음을 자랑한다. 캐나다인은 휴가기간 동안 휴식만 하고, 여행은 따로 계획을 세워 다녀온다. 휴가와 여행은 분명히 서로 목적이 다르지만, 이민자들에게 휴가는 일종의 여행이다. 휴가기간에 제대로 쉬어야만, 그동안의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세상에 아직 가보지 못한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지만, 자신과 가족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미처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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