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치료를 받지?
내가 몸이 아플 때 응급상황이 아니면, 이곳에선 전문의를 바로 만날 수 없다. 우선, 가정의(family doctor)를 만나 진찰을 받은 후에, 가정의가 전문의를 연결해 준다. 우선, 내가 거주하는 지역 가까운 곳에 가정의가 있는지를 알아보고, 내가 원하는 가정의에게 전화를 걸어 나를 환자로 받아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그 가정의가 나를 자신의 새로운 환자를 받는다고 하면, 그 병원에 찾아가 진료를 받은 후, 내가 그 가정의의 환자로 등록된다. 그 이후에 내가 누구에게 진료를 받든 상관없이 나의 모든 진료기록은 그 가정의가 관리한다. 평생 한 명의 가정의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똑같은 절차를 통해 새로운 가정의로 바꾸면, 새로운 가정의에게 나의 모든 진료기록이 넘어간다. 한 개인의 의료기록은 고유한 건강카드(health card) 넘버에 의해 통합관리되어, 새로운 가정의가 얼마든지 접근해서, 그동안의 나의 모든 진료상황을 고스란히 알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가정의 한 명이 감당할 수 있는 환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좋다고 소문난 가정의는 이미 환자가 꽉 차있어, 새로운 환자를 더 이상 받지 않는다. 게다가, 나와 같은 이민자는 가능하면 한국말이 가능한 가정의를 찾기 마련인데, 한국말이 가능하고 평판이 좋은 가정의를 만나 그의 환자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몹시 어렵다. 그래서, 한국말이 가능하고 좋은 가정의가 있다는 소문만 나면, 일단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있는지부터 물어보고, 그 병원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상관없이 자신의 가정의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나 역시, 집에서 가까운 곳에 새로 개업한 젊고 친절한 한국말 잘하는 가정의를 수년 전에 운 좋게 알게 되어, 우리 가족 모두를 그 의사의 환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 2년 전 우리 집에서 차로 40분 걸리는 먼 곳으로 병원을 옮겼다. 거리가 너무 멀어 차라리 집 근처 다른 가정의를 선택할까 고민했지만, 결국 가정의를 바꾸지 않고 그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기로 결심했다. 그동안 진료를 잘해주었을 뿐 아니라, 그런 의사를 다시 찾는다는 것이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적당한 가정의를 찾지 못해, 집 주위에 있는 외국인 가정의를 찾아가거나, 집 근처 가까운 워크인 클리닉(Walkin Clinic)을 찾아간다. 워크인 클리닉은 미리 예약할 필요 없이, 찾아오는 순서대로 진료를 해주는 의사가 상주하고 있어, 환자의 예전 병력을 모른 채 당장의 상태만 보고 진료를 해준다. 일종의 임시진료소 같은 곳이다. 급한 대로 증상에 따른 치료를 해주어, 가정의를 만나러 갈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준다 할 수 있다. 몸이 아플 땐, 무엇보다 의사에게 자신의 증상과 상태를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외국인 의사는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상태를 자세히 설명하기 힘들어, 그로 인해 정확한 병명이나 치료시기를 놓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기에, 무엇보다 한국말로 소통가능한 가정의를 찾는 것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 가장 먼저 중요하다.
이렇게 일단 자신의 가정의를 만나면,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처방전을 적어주어 약국에서 약을 복용하도록 권한다. 만약, 검사가 필요하면 검사의뢰서를 환자에게 주고, 환자 스스로 집 근처 가까운 검사소를 찾아가도록 한다. 예를 들어, 혈액검사나 오줌 검사가 필요하면, 환자 스스로 집 근처의 임상검사소에 예약해 검사를 받는다. X-ray 나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면, 사진촬영과 초음파가 가능한 검사소에 연락해 예약하고 검사를 받는다. 그리고, 모든 결과는 가정의에게 전달되고, 그 결과를 가정의가 환자에게 연락해 준다. 만약, 환자에게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거나, 환자가 전문의 만나기를 강력히 원하면, 가정의가 전문의에게 연락하고, 전문의가 환자에게 연락하여, 전문의와의 예약을 잡은 뒤, 전문의를 만난다. 이런 식으로, 하나씩 단계를 밟아 개인의 진료를 진행한다. 만약, 환자에게 더 정밀한 검사나 입원이 필요하면, 전문의가 종합병원에 의뢰해서, 그곳에서 다음 단계의 검사를 받거나 입원을 하고, 필요하면 수술이나 입원치료를 받는다. 이 모든 과정에서 환자는 한 푼의 돈도 지불하기 않는다. 이 과정에서 돈을 지불하는 경우는,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 가정의로부터 받은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약을 살 때뿐이다. 그 외의 모든 과정, 즉 가정의와 전문의와의 만남, 일련의 검사, 입원과 수술, 그 이후 치료와 회복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전부 국가가 부담한다.
그래서, 나는 매년 정기건강 검진을 받는다. 위 내시경과 대장 내시경도 받는다. 아내는 골다공증이나 암검사를 주기적으로 받는다. 모두 무료다. 요즘엔 이 모든 예약이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내가 부지런히 계획하고 시간을 내어 내 건강을 미리 챙기기만 하면, 원하는 진료를 원하는 만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내가 나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왜냐하면, 이곳은 내가 찾아가는 만큼 의료서비스를 무한정받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찾고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