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학부형으로 산다는 것은
내가 사는 동네가 이탈리아인 동네라서, 가톨릭 학교가 많이 있다. 가톨릭 학교도 일종의 공립학교지만, 일반 공립학교보다 조금 더 나은 시스템과 커리큘럼으로 운영되기에, 한때 한국이민자들 사이에서 가톨릭 학교 입학이 유행하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 공립학교는 1개지만, 가톨릭 학교는 무려 3개가 있고, 그중에 초등학교가 우리 집 길 건너 바로 맞은편에 있다. 지난 7월, 8월엔 방학기간이라 조용했던 우리 집 앞의 도로가 9월이 되자마자, 아침 8시 반만 되면 학교 앞 도로에 주차한 차량들로 꽉 차고, 자녀들 손잡고 학교로 들어가는 엄마들의 행렬로 시끌벅적하다. 그리고, 하교시간인 3시 반이 되면 똑같은 일이 다시 반복된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의 모습은 많이 비슷하다.
우선, 저학년의 경우 엄마들이 자신의 차를 학교 안 주차장이나 길 옆에 주차하고, 자신의 자녀의 손을 잡고 학교 건물 입구까지 같이 데리고 간다. 걔 중에는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냅다 혼자 뛰어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들은 쫓아가서 기어이 애들 손을 잡고, 반드시 건물 안까지 데려다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 자신의 자녀가 교실까지 제대로 찾아가는 지를 반드시 확인한다. 그렇게 하고 나서, 학교 건물을 나오는 엄마들의 표정엔 자신의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과 불안함을 함께 가지고 있다.
반면에, 고학년들은 자신의 집에서 학교까지 혼자 걸어온다. 오는 중간에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 함께 떠들며 시끌벅적 학교로 걸어간다. 학교에 도착하면, 저학년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쓱 한번 쳐다보고, 다른 쪽 건물 입구를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간다. 학교 주차장에 가까운 입구가 주로 학교 건물 옆쪽에 있기 때문에, 이들은 주로 건물을 끼고 조금 더 걸어가야 있는 건물 앞 쪽의 정문으로 들어간다. 만약, 자신에게 저학년 동생이 있으면,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동생들로부터 멀찌감치 뒤에 떨어져 걸어오다가, 동생들이 엄마 손에 이끌려 옆문으로 들어가면, 자신은 재빨리 정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려 건물 안으로 쓱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학교 안에 들여보내고, 곧바로 바쁘게 차를 몰고 학교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차장에서 함께 모여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학교 수업내용이나 선생님들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하교시간에도 다시 만나, 자신의 아이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이렇게 친해진 부모들이, 나중에 상대방의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함께 놀고, 그 이후에도 서로 간에 지속적인 유대를 이어가기도 한다. 자신들의 자녀가 그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서로 간의 교제가 쭉 이어지다가, 결국 아주 친밀한 이웃사촌으로 발전하게 된다.
한국이나 이곳이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다만, 이곳은 방과 후 과외가 없어 친구끼리 어울려 노는 시간이 많고, 그 시간을 부모들도 함께 하다 보니, 아이들의 친구관계가 부모들까지 확대되기 쉬운 구조이다. 나 역시 초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부모들 중 몇몇은 지금도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부모와 아이가 모두 서로 잘 알고 있어, 만남이 쉽게 계속 이어질 수 있다. 매일 아침 우리 집 앞 학교에서 시끌벅적 떠들던 부모들과 아이들도, 먼 미래의 어느 날에 지금 이곳이 소중한 만남의 시작이었음을 문뜩 떠올리며, 슬그머니 미소 짓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