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기관지 청소
지금 사는 집에 이사 온 지 8년이 지났다. 그동안 한 번도 덕트 청소를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덕트 청소를 해야 하는지 그동안 전혀 몰랐다. 그동안 덕트클리닝 업체에서 꾸준히 광고전화가 걸려왔지만, 계속 무시했다. 그런데, 아는 지인 한 분이 이사 온 후 처음 자신의 집 덕트를 청소했다며, 최소 2,3년에 한 번씩 반드시 해줘야 실내공기오염을 막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아파트와 다르게 하우스엔 지하에 보일러가 설치되어 있고, 그곳에서 따뜻하게 가열된 공기가, 덕트를 통해 이동하여, 각 방과 화장실 및 거실에 있는 환기구를 통해 나와 겨울난방을 담당한다. 여름에는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같은 원리로 환기구를 통해 배출되어, 집안내부를 시원하게 만든다. 춥거나 더운 시기가 지나면, 덕트를 통한 공기의 흐름이 멈추고, 환기구를 통해 집안의 먼지나 벌레나 세균 곰팡이들이 거꾸로 덕트 안으로 들어가 쌓인다. 다시 여름이나 겨울이 되면, 그 안에 쌓여있던 먼지나 세균 곰팡이들이, 환기구를 통해 공기와 함께 배출되어 집안공기를 오염시킨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덕트 안을 청소해야 한다. 나는 그 사실을 몰랐고, 사실을 알고 난 후에, 반드시 덕트 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 주변의 청소업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하려고 하니 업체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선택사항도 많아 막상 고르기 어려웠다. 지인이 소개해준 곳은 우리 집이 자신의 가게에서 너무 멀다고 오기를 거부했다. 할 수 없이 집 근처에 있는 업체를 알아보려 할 때마다 주변에서 예상 못한 일이 생기고, 그러다가 바빠 잊어버리곤 했다. 겨울이 와서 히터를 틀 때가 되면, 왠지 공기가 탁한 느낌이 들어, 이번 겨울이 끝나면 바로 청소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다가도, 어느새 여름이 되고 여름이 지나면, 겨울이 오기 전에 청소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눈앞에 닥친 바쁜 일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되는 식이었다. 그러다, 2년 전에 마침 옆 집에서 덕트 청소하는 차량을 발견하고, 명함을 받아 전화했는데, 이미 그 해의 스케줄이 꽉 차 있었다. 그렇다고 한겨울에 덕트 청소를 할 수 없어, 다음 해 봄에 예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침내 덕트 청소를 하는가 했는데, 청소하기로 한 전날에 청소차량이 고장 났다고 연락이 와서 청소가 취소되고, 김이 새어 그냥 그해도 넘어갔다. 이렇게 내게 커다란 과제로 남아있던 그 일을 드디어 오늘 했다. 지난주에 갑자기 덕트 청소 생각이 났고, 집 근처 청소업체를 알아보던 중, 홈 디포에서도 덕트청소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단, 전화해서 알아보니 가격도 적당했고, 이번 주에 청소가능한 시간과 마침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일치해서, 결국 오늘 청소를 한 것이다.
청소가격은 환기구 숫자에 비례하는데, 기본은 10개부터 시작해서, 한 개 늘어날 때마다 얼마씩 추가되는 방식이다. 아침 9시에 집 앞 주차장에 청소차량을 주차하고, 차량과 연결된 커다란 튜브를 통해 각 덕트 안을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내 생각엔, 환기구마다 튜브를 연결해 일일이 덕트 안의 먼지를 빨아들인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집안에 있는 모든 환기구를 막고, 지하실 보일러로부터 스팀이 나가기 시작하는 커다란 덕트에, 커다란 튜브를 연결해 한번에 빨아들이는 방식이었다. 그 상태에서 환기구를 하나씩 열어, 환기구 입구 청소도 병행했다. 그런 식으로, 1시간 동안 시끄러운 청소일이 끝나고, 청소직원이 자신의 가게에 대해 좋은 평점을 주면, 비용일부를 할인해 준다고 해서, 직원이 보는 앞에서 별점 5개와 댓글을 달아주었다. 그렇게, 8년 만에 먼지와 세균 곰팡이로 찌든 덕트 청소를 끝냈다. 마치, 목 안에 가득 차 있던 가래를 깨끗이 뱉은 듯, 속이 시원하다. 문짝이 깨지거나 유리창이 깨지거나 페인트가 벗겨지면 보기 흉해 금방 수리하지만, 잘 느끼지도 못하는 공기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연락하고 약속 잡고 비싼 돈을 내면서까지, 청소를 할 필요성을 그동안 못 느꼈다. 그리고, 사실 청소 후에도 특별히 달라진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잘 느끼지도 못하는 이런 것들이, 실제로 가족들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매일 먹고 마시는 음식과 호흡하는 공기의 상태가 사실은,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가장 지속적이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하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어쩌면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이 아닐까? 무심히 넘어가고 당장 급하지 않는 일들이 쌓이면, 어느새 커다란 먼지덩어리가 되어 내 삶을 깎아먹는 것은 아닐까? 이번 청소를 계기로,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기울이는 삶을 살아야겠다. 어차피 내가 어쩔 수 없는 내 주변의 큰 일들은, 내가 애쓰고 고민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 그저 내 머리만 아프고, 내 속만 쓰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