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다운 이유
친구부부와 단풍구경을 다녀왔다. 북쪽으로 1시간쯤 자가용으로 달려 도착한 곳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차장에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산책로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하지 않아, 몇 시간 동안 천천히 걸었다. 산속의 단풍이 아직 완전하게 물들지 않아, 빨간 단풍과 푸른 잎이 함께 섞인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그렇지만, 길을 걷다 문득 하늘 위를 올려다보면 곱게 단풍 든 수많은 나뭇잎이 하늘을 가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빨갛게 노랗게 물든 수많은 단풍잎이 나의 발에 밟힌다. 마치, 내가 순간적으로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고, 내 주위는 한없이 고요하고 아늑하다. 간혹, 자전거 타는 사람들만이 우리 옆을 쌩쌩 스쳐간다. 산이 워낙 크고, 등산로의 거리가 길다 보니, 걷기보다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들이 지날 때마다 길을 비켜주며, 천천히 등산로를 걷고 또 걸었다.
등산로 양쪽은, 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울창한 숲이다. 숲 속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고, 산새소리만 시끄럽게 여기저기에서 들릴뿐이다. 아마도 저 울창한 숲 속엔 수많은 야생동물이 살고 있을 것이다. 길 옆의 울창한 숲 속은 야생동물의 세상이고, 우리가 걷는 이 산책길만이 인간의 세상이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이 산책로도 날씨가 더 추워지고, 눈 내리는 시기가 되면 폐쇄된다. 그때가 되면, 이 온 산이 야생동물만의 세상이 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도, 곧 눈이 덮이고 야생동물의 길이 될 것이다. 산 길은 원래 임자가 없으니, 누구나 그 길을 걸을 수 있다. 오늘은 우리가 이 길을 걷지만, 내일은 다른 사람들이 걷고, 그다음 날엔 야생동물이 걷고, 아무도 걷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산에 오면, 나 자신이 그저 커다란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곳의 울창한 나무들은 단풍을 만들어 땅에 떨어뜨리고, 추운 겨울을 지내고, 봄이 오면 다시 새싹을 틔우고, 나뭇잎이 무성한 여름을 지내고, 가을이 되면 다시 단풍으로 변한다. 그렇게 매년 같은 일을 반복하며, 묵묵히 자신들의 삶을 산다.
올해의 단풍이 작년보다 아름답지 않은 이유는, 단풍이 선명하게 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도차이가 심해야 단풍이 선명하게 물드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날씨가 미지근했다. 그래서, 각 나무들이 선명하게 물들지 않아, 전체적으로 볼 때 왠지 색칠이 덜 된 느낌이 든다. 새빨갛고 샛노랗고 새파랗고 진갈색인 각자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낼 때, 정말 장관이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인간들도 가을 단품나무들처럼,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람들이 각자의 선명함을 나타내면서도, 서로를 시기하지 않는다면 세상이 분명 지금보다 더 아름다울 것이다. 빨간 나무도 노란 나무도 푸른 나무도 갈색 나무도 함께 어우러져 있으면 아름답듯이 말이다. 서로는 분명히 다르지만, 다르기 때문에 함께 있으면 아름답다. 캐나다를 단풍국이라 부르지만,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곳 사람들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모여 단풍처럼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기 때문에 단풍국이라고 불리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