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취업하다

백수에서 직장인으로

by 숲속다리

작년 11월에 공장에서 해고된 후, 그동안 실업수당을 받으며 여태까지 지냈다. 몇 달 동안 몸을 추스르고, 봄부터 재취업의 기회를 조금씩 찾았다. 아무래도 하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의 일을 지원했는데, 요즘 미국 와의 무역마찰로 자동차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마저 해고하는 상황이라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동차 부품생산공장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찾기 힘들고, 오히려 내가 해고되기 전 함께 일하던 동료로부터 일하는 곳의 인원을 줄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다른 분야의 공장에서 일해볼까 하는 마음에, 공장에서 사람을 찾는 공고들을 직종에 상관없이 모조리 찾아보았다.


경기가 안 좋아진 탓인지, 그 많던 공장 구인공고가 부쩍 줄어들었고, 그나마 구인공고를 하는 공장들이 대부분 집에서 너무 멀거나 경력이 있는 사람만을 원했다. 경력이 없으면, 최소시급 받는 일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마저 근무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아, 나의 상황에 맞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최저 시급을 주는 일마저 어리거나 젊은 사람을 원했다. 그러다 보니, 내 상황에 맞는 일은 한 달에 기껏해야 한 두건 정도밖에 없었고, 재빨리 이력서를 보내도 응답이 없기 일쑤였다. 이렇게 점점 시간이 흘러 어느새 실업수당의 종료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있는 곳이라면 마구 이력서를 보냈다.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실업수당이 끊기기 전에 일을 구해야 했다는 생각에, 가슴 졸이며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실업수당이 끊길 때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뭔가 이전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단순노동직만을 찾았는데, 혹시 나에게 기술이나 경력을 내세울만한 것은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전에 세탁소에서 잠시동안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프레스 일을 배운 것을 알고 있는 분이, 자신의 세탁소에서 일하는 프레셔가 여름에 3주간 휴가를 갈 일이 있어, 그동안 대신 일해줄 수없느냐는 제안을 했었다. 나는 이미 프레셔 일을 한 지가 몇 년이 흘렀기에, 자신이 없어 거절하다가, 하도 간청을 하기에 결국 프레스 일을 수락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할만했다. 프레스 일을 내 몸이 아직 기억하고 있었고, 일은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내가 아직 프레스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 기억이 났고, 그래서 세탁소 프레셔 일을 찾았다. 마침 서너 군데 프레셔를 찾는 공고가 올라와 있었고, 일단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이력서를 보냈다.


그러자, 다음날 연락이 오고, 면접을 보고, 결국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할 수 있는 곳을 빨리 찾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업수당을 받을 때는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했고, 요즘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일을 하면 몸이 힘든 대신 마음이 편하다. 어쨌든 11개월 동안의 백수생활을 끝내고, 이제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왔다. 일하는 직원 대부분이 2030인 이곳에서,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내가, 모쪼록 잘 적응하고 잘 어울려, 앞으로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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