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내린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밤새도록 계속 내린 눈으로 집 밖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아직도 눈이 계속 내린다. 올해의 첫눈이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눈이 쉬지 않고 내린다. 밖이 그다지 춥지 않은지 내리는 눈이 다행히 길 위에 쌓이지 않고 녹는다. 다만, 잔디밭에 내린 눈만 녹지 않고 계속 쌓인다. 평일이 아니라 출근하지 않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 하루동안 눈이 쉬지 않고 내린다고 한다. 그렇게 내리다가 오늘 밤에 그친다고 하니, 밤사이에 눈이 다 녹아, 내일 출근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뒤뜰에 있는 잔디밭과 텃밭과 울타리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인다. 오늘 하루 종일 따뜻한 집안에서, 집 밖에 내리는 눈을 질리도록 쳐다봐야겠다. 마침내 캐나다 겨울이 왔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아직도 눈이 내린다. 밤새 눈이 그치지 않고 내렸는지, 집 밖의 도로가 온통 하얗다. 밖에 세워놓은 차들도 새하얀 눈 속에 파묻혔다. 자동차에 쌓인 눈을 쓸고 출근하려면, 평소보다 일찍 나가야 한다. 얼른 출근 준비를 마치고, 밖에 나가 차에 쌓인 눈을 치우니, 차 앞 유리가 꽁꽁 얼어 성에가 잔뜩 끼어있다. 밤새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나 보다. 우선 시동을 걸고, 성에를 긁으며 집 앞의 도로 상황을 자세히 살핀다. 밤새 소금을 잔뜩 뿌려놓았는지, 도로가 군데군데 녹아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차를 운전해 출근한다. 도로 위의 차들이 나처럼 모두 거북이걸음이지만, 속도를 내며 달리는 위험한 자동차도 간혹 있다. 낮동안 일을 하며 밖을 쳐다보니, 눈이 계속 내린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도 계속 눈이 내린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도 눈이 계속 내릴 것이라고 한다. 혹시 첫눈이 폭설로 변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조금씩 꾸준하게 내리고 있을 뿐이다. 밖의 온도가 낮지 않아, 도로 위에 눈이 많이 쌓이거나 얼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눈이 계속 내리면, 결국 도로가 밀리고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다음날도 눈이 계속 내린다. 3일째 내리는 눈을 보니, 마음이 심란하다. 집 앞의 쌓인 눈도 치워야 하고, 눈 때문에 도로가 정체되고, 출근 전에 자동차에 쌓인 눈을 치우고, 예열도 더 오랫동안 해야 하니, 출근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아침에 평소보다 5분에서 10분 정도 일찍 일어나는 일은 정말 힘들다. 자꾸 신경을 쓰며 잠들다 보니 깊이 잠들지 못한다. 그리고, 계속 나오는 스팀 때문에 집안이 건조해져도, 집의 모든 창문들이 꽁꽁 얼어붙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수 없으니, 집안공기가 답답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드디어 오늘 눈이 그친다는 일기예보다. 잠시라도 해가 비친다면,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해, 더 이상 눈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후가 되자 눈이 서서히 그치고, 잠깐동안이지만 해님 구경도 했다. 이렇게 3일간 내리던 눈이 마침내 그쳤다.
캐나다에 처음 정착할 때엔, 폭설이 내리는 날도 많고, 며칠씩 계속해서 눈이 내리는 날도 많았다. 그때엔 원래 캐나다는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해가 지날수록 점점 눈 내리는 날도 줄고, 내리는 눈의 양도 줄고, 폭설로 도시가 마비되어 집안에 갇히는 일도 줄었다. 이 모든 일이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눈이 점점 줄고 있는 캐나다가 왠지 서운하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밤새 갑자기 폭설이 내려, 학교등교와 출근이 모두 스톱되는 일이 생기면, 정말 황당하지만, 한편으론 느닷없이 주어진 선물 같아, 온 가족이 집안에서 하루 종일 같이 뒹굴며 놀던 때가 그립다. 그런 일이 생기면, 묘한 안도감과 행복함을 느낀다. 눈 속에 갇혔다는 느낌보다, 마치 눈 내리는 산속에 캠핑온 느낌이다. 이런 경험도 앞으로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세상이 갑자기 정지한 느낌, 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짧고 달콤한 휴식 후에, 학교와 직장에 복귀하는 새로움이 있다. 어쨌든 캐나다 겨울이 시작되었느니, 서둘러 겨울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