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로

나눈다는 것

by 숲속다리

몇 년 전부터 토론토 골목길 여기저기에, 자전거 도로가 생겼다. 예전부터 자전거 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토론토시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마침내 시의회에서 그 요구를 받아들여, 토론토 다운타운은 물론, 그 외 토론토 여러 지역에도 자전거 도로와 자전거 신호등을 설치했다. 그런데, 그 자전거 도로를 만든 곳이, 여러 차선이 있는 대형 도로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길들도 포함되었다. 즉,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자마자, 곧바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그 골목길들이 양 방향으로 각각 하나의 차선 밖에 없어, 그곳을 지나는 차들이 한 줄로 이동해야 하는 좁은 도로인데, 하필 그곳을 쪼개어 자전거 도로를 만들다 보니, 평소에 그곳을 이용하는 차들이 갑자기 심한 불편을 겪게 되었다.


자전거 라이더들이 많은 다운타운이라면 모를까, 대부분 자동차로 움직이는 다른 지역도, 이렇게 일률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만들다 보니, 평일에 그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라이더들은 드물고, 그 골목길을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 운전자들만, 갑자기 좁아진 도로 때문에 심한 불편을 겪는다. 나도 매주 수차례 그런 도로를 이용하는데, 평일에 그런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라이더를 본 적이 없다. 대신, 자전거 도로가 생기기 전처럼, 위험하게 인도로만 다니는 자전거 라이더들은 본 적이 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든 후엔, 당연히 자전거 라이더는 자전거 도로로만 다녀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라이더를 경찰이 단속을 해야 하는데, 그런 단속을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자동차 운전자들의 불편만 감수하도록 한다. 그래서, 이건 뭔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자전거 라이더의 권리도 분명 소중하지만, 이쯤 되면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 아닌가 싶다. 알다시피 캐나다의 겨울은 몹시 춥고 길다. 거의 일 년의 절반이 겨울인데, 겨울에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겨울이 되면, 라이더들도 추위 때문에 자신의 자전거는 집에 놔두고, 대신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텐데, 일 년에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일 년 내내 그 길을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차라리, 겨울에는 자전거 도로 사용을 금지하고, 그 길을 자동차가 이용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자전거 도로와 일반도로 사이에 이미 높은 방지턱을 만들어,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자전거 라이더의 편리와 안전만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자전거 라이더가 소수이기에, 그들의 권리를 토론토 시에서 보호해 준다는 측면도 있지만, 자전거 도로를 이딴 식으로 만든 것은, 자동차 운전자와 자전거 라이더 사이의 편 가르기를 조장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도로 때문에 좁아진 골목길을 운전할 때마다 내가 드는 생각은, 역시 자전거 라이더들도 이 도로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수긍이 아니라, 도대체 누가 왜 자전거 도로를 만들자고 한 거야라는 분노의 감정이다. 다수의 이기심으로 소수의 권리를 침범하거나 묵살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하지만, 반대로 소수라는 이유만으로 다수보다 더 특권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행위도 역시 옳지 않다. 소수의 권리라는 아름다운 말로, 다수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적절한 선을 합의하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쪽에서 뺏긴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소수가 다수와 싸워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당연한 권리를 적당한 수준에서 다수로부터 나누어 받는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야 다수만이 그동안 누리던 권리를 소수와 나누는 행위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첫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