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개의 낙엽이 떨어질 때
내 집 앞에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때, 작고 길쭉한 파란 잎들이 노랗게 변하고, 하나씩 둘씩 잔디밭으로 떨어진다. 밤새 바람이 세차게 불고 비가 내리면, 수백 수천 개의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져 집 앞마당을 노랗게 물들인다. 파란 잔디밭이 노란 잎으로 물들고, 근처의 다른 집 나무의 수많은 나뭇잎까지 날아와 내 집 앞에 쌓이면, 집을 나갈 때마다 서걱서걱 발에 밟힌다. 나뭇잎을 쓸어 담아 버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그나마 나뭇잎들이 한꺼번에 떨어진다면 한 번만 힘들게 청소하면 되지만, 어제도 떨어지고 오늘도 떨어지고 내일도 떨어진다. 나뭇가지에 잎사귀 하나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 떨어진다. 그래서, 계속 치워야 한다. 계속 치우는 일이 번거로워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난 후 한 번에 치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제때 치우지 않으면 이웃의 눈총을 받기 때문이다. 내 주위의 집들은 자주 나뭇잎을 치워 잔디밭이 파란데, 우리 집만 노란 낙엽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면, 집 전체가 지저분해 보인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낙엽을 치워야 하는데, 그 일이 번거롭고 시긴도 많이 걸린다.
이번 주말에 잔디밭에 쌓인 낙엽을 깨끗이 치우려고 마음먹었지만, 밤새 비가 많이 내렸다. 낙엽이 모두 젖어버리면 치우기가 힘들고 깨끗하게 치울 수도 없다. 낮에 해가 나고 바람이 불면, 그나마 젖은 낙엽이 마르니까 치우려는 시도를 해보겠지만, 오늘같이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고 스산하면, 낙엽의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힘만 들고 끼끗하게 치울 수가 없다. 이번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없었는데,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잔뜩 벼렸던 일을 못하게 되니 맥이 빠진다. 언제 또 시간을 내어 치울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때까지 수천 개의 나뭇잎이 쌓여 지저분한 채로 있을 잔디밭을 생각하니 마음이 몹시 불편하다. 기분전환을 위해 집을 나선다.
이젠 날씨가 쌀쌀해 옷을 가볍게 입고 나가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평소보다 옷 하나는 더 걸치고 나가야 한다. 길가에 서있는 가로수들은 어느새 나뭇잎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다. 생각해 보면, 올해 가을은 정말 이상했다. 늦게까지 날씨가 변덕을 부렸다.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 일주일 동안 계속되어 곧 겨울이 오겠구나 생각하면, 그다음 주 내내 여름 기온으로 더웠다. 그런 일이 반복되니 단풍이 이쁘게 들지 않아, 단풍이 마치 색칠하다가 그만둔 그림처럼 어색했다. 그리고, 이렇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옷을 입기도 몹시 난감했다.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섞인 이상한 풍경이었다. 어제는 반팔 반바지 차림의 사람들이 보였는데, 오늘은 긴 팔 긴 바지 옷차림이고, 다음날은 갑자기 겨울 코트를 입고 다닌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던 삶의 부분이, 갑자기 변덕스럽게 변하면 불안하다. 계획을 세웠는데 예상치 못한 변화 때문에 일이 틀어지고, 그런 일들이 자꾸 반복되면 무기력을 느낀다. 두렵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물론 시간이 더 흐르면, 결국 눈 내리는 겨울이 오고, 평소보다 늦지만 집 앞의 나뭇잎은 언젠가는 다 떨어져, 나는 결국 낙엽청소를 끝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작은 변화조차, 내게 커다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마 내가 그동안 이런저런 일로 너무 지쳤다보다. 얼른 동네 한 바퀴 돌고, 다시 좋은 날을 잡아 낙엽을 깨끗하게 치우고, 새하얀 눈을 기다려야겠다. 계절도 바뀌고 상황도 계획도 자주 바뀌지만, 내 마음만은 변함없이 꼭 붙들고 살아야겠다. 내 마음이 그나마 내가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