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새하얀 눈 속에 파묻히다
아는 지인이 자신의 카티지에 한번 놀러 오라고 초청했다. 그래서, 지난주 토요일에 일 끝나자마자,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 토론토 북쪽으로 2시간 정도 거리인데, 출발한 지 30분도 안되어 해가 지고 길 주위가 캄캄해졌다. 그나마 큰 도로는 가로등이 있어 어두워도 운전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도로를 벗어나 좁은 길로 들어선 이후부터 운전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 외진 곳이라 길에 가로등이 없어 너무 캄캄하고, 눈은 계속 내리고, 구부러진 길들이 대부분이라, 자동차 헤드라이트만으로는 눈앞의 도로 상태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여차하면, 미끄러져 길 옆으로 처박힐 것 같아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눈바람까지 불고, 칠흑 같은 어두움이 더 깊어가기에, 마음은 갈수록 조급해지고 두려워졌다. 간혹, 마주 달려오는 자동차의 라이트 불빛만이, 지금 내가 길을 제대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 위험하니, 차라리 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고쳐먹으며, 최대한 천천히 달렸다. GPS에 의지해 앞만 보고 달렸다. 아무리 가도 예상 도착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눈 속에서 초행길을 야간운전하는 일이 정말 최악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리는 눈의 양이 점점 줄고 있고, 기온이 낮지 않아 도로에 쌓인 눈이 얼지 않았고, 캐나다에서 수십 년간 겪은 눈길 운전의 경험이 이런 상황에서 심리적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
2시간을 넘도록 천천히 달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카티지 앞에 낯익은 그분들의 차기 정차해 있다. 안도감에 그 뒤에 나의 차를 정차하고, 차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들고, 눈 쌓인 계단을 올라 카티지 문을 노크했다. 아주 반갑게 따뜻한 인사로 우리를 맞이해 준다. 눈을 털고 카티지 안으로 들어가니, 내 예상보다 안이 아주 많이 넓다. 내가 예상한 카티지는 방이 2개 정도 있는 자그마한 오두막이었는데, 이곳은 2층 구조에 위아래로 방이 모두 6개가 있고, 2층에 있는 거실이 웬만히 집보다 넓을 뿐 아니라, 거실을 둘러싼 세 방향 모두 커다란 유리창이 있어, 창밖에 내리는 새하얀 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카티지가 네다섯 가구가 함께 지내도 될 만큼 크고 넓다.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있는 벽난로 안에 장작이 타고 있고, 거실 유리창들을 따라 크리스마스 전구들이 걸려있어, 눈 내리는 숲 속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 기분이 들었다. 얼른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준비한 식탁에 앉아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제야 고생하며 여기까지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고 아름답고 아늑한 밤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 밤새 내린 눈으로 주위가 하얗게 변했다. 어제 운전하고 올 때, 주위가 너무 캄캄해 미처 몰랐는데, 주위에 수많은 카티지와 빽빽한 나무들이 보였다. 은퇴 후에 이곳으로 이사와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창밖에 보이는 나무들 틈사이로 호수가 보였다. 여름 내내 이 호수에서 온 가족이 수영하며 지낸다고 한다.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옷을 단단히 껴입고, 눈신발을 신고, 주위풍경을 둘러보러 밖으로 나왔다. 신발이 눈에 푹푹 빠진다. 나는 뒤뚱거리며 앞장서 걸어가는 지인의 뒤를 부지런히 쫓았다. 5분 정도 걸으니, 앞이 탁 트이며, 정말 끝이 안 보이는 호수가 나타났다. 호수의 수심이 얕아 여름엔 아이들이 수영하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라 호수로부터 부는 바람이 몹시 차다. 호수를 배경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다시 눈을 헤치고 되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몹시 매섭다. 이곳은 온통 호수와 나무와 카티지뿐이다. 지인들의 손주들의 여름방학이 오면, 손주들과 함께 여름 내내 카티지에서 지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절로 이해가 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점심으로 우리를 위해 바비큐를 해 주셨다. 좋은 구경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더 오래 있고 싶었지만, 내일 출근해야 하기에 해지기 전에 떠나야 했다. 우리를 초대해 준 부부는 하루 더 지내다가 내려온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눈도 그치고, 길 주변도 환해, 편안하게 운전해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카티지에서의 시간이 온통 꿈같아, 나도 내 카티지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면, 한여름에 며칠 동안이라도 카티지를 빌려, 느긋한 휴가를 즐기고 싶다고 생각했다. 숲과 호수만 있는 카티지에서 며칠 동안 푹 쉬고 싶다. 은퇴하면 이런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도 했다. 내년 여름에 꼭 다시 한번 더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따뜻하고 편안한 내 침대에 누웠다. 누워서 생각해 보니, 어제 갔던 카티지도 좋지만, 익숙하고 편안한 내 집 침대도 좋다. 둘 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