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 걷어차기
나보다 훨씬 오래전에 캐나다에 정착한 이민선배들을 만나 대화를 해보면, 의외의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무척 심하다는 사실이다. 정작 본인이 이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 만난 다른 이민자들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자신이 처음 이민 왔을 때, 이곳 현지 캐나다인에게 받았던 오해와 비난을, 자신이 그동안 만났던 새로 온 이민자들에게 똑같이 쏟아놓는다. 예를 들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이민자들이 이사 온 후, 아파트 주변이 전보다 더러워지고 이상한 냄새가 계속 나고 밤에 소음이 심하고, 그들이 기존의 아파트주민들에게 상식과 예의 없이 행동한다는 식의 불만을 토로한다. 게다가, 아파트 사무실에 이런 불만들에 대해 여러 번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며 속상해했다.
토론토 북쪽지역에 한국인이 많이 모여사는 노스욕이라는 지역이 있다. 예전에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살던 동네였는데, 캐나다 이민붐이 한창 일던 시기에, 한국의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 지역이 학군이 좋다고 알려져, 그 당시 이민 왔던 한국인들이 대거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이로 인해 기존에 그곳에 살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몰려온 한국인에게 비싸게 집을 팔고, 하나 둘 토론토보다 북쪽으로 이사를 했다. 그때 떠난 이탈리아 사람들이 느꼈던 불만이, 한국인들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몹시 시끄럽고 상식과 예의가 없다였다. 그로부터 십수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 지역에 이란사람들이 예전의 한국인들처럼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젠 한국인들보다 이란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 지역으로 변했다. 이란사람들이 이곳으로 밀려들 때, 이곳을 떠나는 한국인들도 똑같은 불만을 호소했다. 시끄럽고 냄새나고 교통규칙을 안 지키고 말투와 행동이 몹시 무례하다고.
캐나다 다수당은 크게 자유당과 보수당이 있는데, 항상 둘 중 하나가 집권당이 된다. 당연히 두 당의 노선이 서로 다른데, 특히 이민에 대한 정책이 크게 차이가 난다. 자유당이 집권하면 이민을 확대하고, 보수당이 집권하면 이민을 축소한다. 자유당은 이민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고, 보수당은 이민이 초래하는 부정적인 영향에 더 집중한다. 전통적으로 이민자의 나라인 캐나다는, 시간이 갈수록 이민자의 숫자가 계속 늘고, 그로 인해 이민자들의 투표수도 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민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더 많아지는 추세였다. 그런데, 요즘 그 추세가 돌연 바뀌었다. 현지인들보다 오히려 기존의 이민자들이 이민을 줄여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래서, 현재 자유당이 집권당인데도 불구하고, 이민 축소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동안 캐나다 경제가 오랫동안 침체다 보니,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어, 기존의 이민자들이 새로운 이민자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그로 인해 기존 이민자들의 노동임금이 오르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새로운 이민자들은 일자리가 많은 대도시로 몰려들기 마련이고, 이로 인한 렌트비 상승과 교통 혼잡, 이미 한계점에 와있는 의료와 치안과 교육 같은 여러 가지 사회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편을 계속 경험하다 보니, 새 이민자들에 대한 불만이 점점 쌓인 것이다. 그래서, 기존 이민자인 자신들은 이민 확대로 인한 혜택을 받아 이곳에 와 살고 있지만, 새 이민자들이 그런 동일한 혜택을 받는 것을 원치 않게 된 것이다. 내 뒤에 올라오는 사람들과의 경쟁을 원치 않는,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인 셈이다. 이런 사회분위기와 여론으로 인해, 캐나다가 이민을 중단하는 일은 생기지 않겠지만, 아무래도 점점 캐나다이민의 문은 좁아지고 까다롭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