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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엄마(2)

기러기 가족 이야기

by 숲속다리

강희 엄마는 명문고등학교 근처로 일찌감치 이사해, 딸을 그 학교에 입학시켰다. 입학한 학교는 공립학교이지만, 사립학교에 버금가는 수준의 수업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그 학교에 입학하려면 음악이나 그림 같은 예술적인 재능이 있어야 했다. 그것을 이미 알고 있던 그녀는, 딸을 어릴 때부터 미술과외를 시켜 그 학교에 무난히 입학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녀에게 미술은 딸을 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이었지만, 딸은 오히려 미술에 흥미를 느껴 자신의 대학 전공을 미술로 하길 원했다.


캐나다 이민 온 사람들의 이유 중 많은 부분이 자녀교육 때문이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힘들게 살지만, 자신의 자녀들은 이곳에서 명문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기 원한다. 주로 선호하는 직업이 의사, 변호사, 교사, 간호사 같은 전문직이나 국가 공무원이다. 자녀들의 이런 성공이 자신들이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고 자랑이다. 그녀는 딸이 이런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 둘 사이의 갈등은 점점 깊어갔고, 딸은 학교 수업을 빠지기 시작했다.


한편으로, 그녀는 딸의 진로에 대해 남편과 상의했다. 그동안 딸과의 화상통화를 통해 딸의 하소연만을 들어온 남편은, 딸의 편을 들었고 그녀는 낙심했다. 딸을 그동안 캐나다에서 힘들게 키울 때 정작 남편은 곁에 없었고, 그래서 남편은 이곳의 상황을 모른다로 생각했다. 그녀는 캐나다 사회에 대해, 딸의 성장과정에 대해 자신이 남편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동안 캐나다에서 겪은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남편은 알지 못한다. 딸이 크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며 서로 상의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며 보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녀는 자녀대로, 가족이 함께 보낸 시간들, 함께 울고 기뻐한 경험이 없었다. 자신의 고통과 희생만 생각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희생을 몰라준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딸은 학점이 모자라 제때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나중에 모자란 학점을 채워 고등학교 졸업장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녀가 자신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의 연락을 끊었기 때문에, 그녀의 딸이 미대로 진학을 했는지 여부는 모르지만, 딸이 대학을 가면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말도, 자신이 시민권을 얻으면 남편을 캐나다로 초청하겠다는 말도 지키지 않고 아직 캐나다에 혼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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