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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 엄마(1)

기러기 가족 이야기

by 숲속다리

다른 나라 이민자들과 대화하다 '기러기 가족'에 내가 말한 적이 있다. 나의 설명을 들은 그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서로 이혼할 것도 아닌데, 왜 아내와 남편이 따로 살지?라고. 그래서,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한다.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보통 남편은 돈을 벌어 캐나다로 보내고, 아내가 캐나다에서 자녀를 돌보는 식으로 서로 역할을 나눈다고. 하지만, 대부분 선진국으로 돈 벌러 떠난 남편과 본국에서 그 돈으로 자녀를 키우는 경우만 보았기에 대부분 이해하지 못한다. 기러기 가족이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생활형태임을 이곳에 와서 알았다.


강희 엄마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딸 하나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 왔다. 함께 이민 온 남편은 곧바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에서 번 돈을 매년 아내와 딸을 위해 송금한다. 강희 엄마는 딸을 잘 키우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학교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만나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그녀는 비슷한 또래의 자녀를 키우는 한국 이민자들에게, 각 지역의 명문학교들과 그 학교들에 입학하기 위한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어느 시기에 어떤 종류의 사교육을 받아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또한, 담임 선생님에게 어떤 선물을 사 주어야 하는지, 집에서 자녀들의 숙제를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자녀가 학교에 잘 적응하는지 알기 위해 어떤 것을 체크해야 하는지 등등 나름 캐나다 교육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지식이 많고, 기꺼이 그 지식을 주변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자녀교육에 늘 관심이 많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기 힘든 상황에서, 그런 그녀의 존재는 주위사람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았고, 그 때문에 또래의 엄마들이 늘 그녀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보통 기러기 엄마는 이곳에서 돈을 벌 필요가 없어 일을 하지 않는다. 자녀를 돌보는 일 외에 딱히 할 일이 없기에 시간이 많다. 간혹 그 시간을 잘 못된 방향으로 사용하여 탈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희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하나뿐인 딸을 잘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주변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눠주었다. 자신이 이곳에 왜 왔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 딸이 남편과 관계가 멀어지지 않도록 화상채팅도 매일 하고, 그녀 남편도 일부러 직장에서 휴가를 얻어 캐나다를 방문했다. 그렇게 부부의 노력과 희생으로 딸은 캐나다에서 고등학생이 되었고, 예상 못한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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