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민자의 거짓말
아내가 일하는 가게 주위에는 많은 한국인들이 산다. 그래서, 가게를 찾아오는 한국사람들이 많고, 가끔 중국동포(조선족)들을 만나기도 한다. 그들 중에 북한사람이 한 명 있다. 아내는 말투 때문에 처음엔 중국동포라고 착각했는데, 아내와 친해진 후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고 먼저 말했다. 그녀의 고백에 아내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깜짝 놀랐다. 아내가 생전 처음으로, 그것도 외국에서 북한사람을 만났으니까. 아내와 달리, 스스로 북한사람이라도 고백한 그녀는 담담하고 당당했다.
그녀의 이름은 영주. 캐나다에 정착한 북한사람은 대부분 난민신청을 통한다. 북한의 인권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곳에서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영주 씨는 난민신청을 통해 정착한 케이스가 아니라, 캐나다인과 결혼을 통한 경우였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딸과 함께 북한을 탈출한 후, 캐나다인과 결혼해 살고 있다. 그녀가 아내와 친해진 후, 그녀가 처음 캐나다에 왔을 때, 자신이 북한에서 왔다고 고백한 이후, 주변 한국사람들에게 심한 무시와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녀를 알고 난 후, 북한 사람들의 난민신청과 관련해, 캐나다에서 커다란 이슈가 발생했다. 북한사람들이 캐나다에서 난민신청을 할 때, 주로 이민 중개인을 통하는데, 그들 중 난민 신청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끼어있었다.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살다가, 이민 중개인을 통해, 캐나다에 난민신청을 한 것이다. 탈북 후 곧바로 캐나다로 온 것처럼 위장을 한 것이다. 이 경우, 그들은 북한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난민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실이 캐나다 이민국의 조사를 통해 알려져,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결국 불법적으로 영주권을 받고 이미 정착해 살고 있는 북한 사람들에게도, 영주권 취소와 함께 대한민국으로 추방 조치가 내려졌다. 이들이 캐나다 한인단체들에 도움을 요청해, 몇몇 캐나다 한인단체들이 캐나다 정부에 선처를 요구했다. 그때, 영주 씨가 내가 다니는 교회에 청원서명을 받으러 왔다.
나도 서명을 해 주었지만, 캐나다 정부가 절대로 출국조치를 돌이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경험한 캐나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많은 배려를 해주는 나라이지만, 아무리 처지가 딱해도 거짓말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캐나다가 겉보기에 굉장히 허술해 보여도, 나중에 조사해 거짓이 밝혀지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그대로 넘어가지 않는다. 결국, 관련자들 모두에게 출국명령이 내려지고, 그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후, 영주 씨는 자기 가게를 차려, 직원을 거느린 사장이 되었다. 누구보다 억척스럽고 당당하게 산다. 함께 북한을 탈출한 그녀의 딸은 이곳에서 결혼해 엄마가 되었다. 그녀는 캐나다에서 제2의 인생을 산다. 그녀도 나도 캐나다에서 수많은 이민자들 중의 하나이고, 각자의 삶을 매일 열심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