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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그냥 하는 일이쥬

by 김규성


되는 게 있슈?


어렵게 보면 더 어려워 보이고

쉽게 생각하면 꼬이는

이 만만한 곳

때가 끼고 아픈 곳이다

친구는 송곳니 빠진 사자의 퇴장이

최종 은퇴라 하고

은퇴는 죽음이라는 질서를 얘기한다


어언 사십 년

설렁설렁 배추 씻고

깍뚝 깍뚝 썰어서

소금 뿌리고 버무리는 여자에겐 송곳니 대신

자갈 구르는 소리 있다

말끝마다 가늘고 길게와 똥밭 이승이

천국이라는 철학을 가진 생활 실천가

뭇사람들을 밥 한술 더 먹게 하여

사냥터로 향하게 한다

사랑과 우정을 맺게 한다

그냥 하는 일이쥬


귀 기울이면 치솟은 산맥에서

떨어져 쓸모없는 돌멩이를 품는

무량한 시간

무엇으로 굴려서 굴려서 둥글게 둥글게

흐르는 소리 맑다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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