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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설비

by 김규성


암만 닦달해도 콧방귀 더니 늙어 아랫집에서 천정에 물이 샜다구요

나와 아내는

한 번 굴렀어야 했는데


앞 동네가 온통 다 붉어지도록

난방 파이프 자르고 잇는 이

굼벵이가 제 몸 오므렸다 펴서 어찌 한번

헤집고 가는 재주같이 쿰쿰하고 습한 집 찾아

시멘트 바르며 급하다고 오늘 당장 쓰지 말고 다 굳을 때까지

왕창 부수고 다시보다는

아무 날 쳐다봐도 그 자리에 있어야지

고쳐가며 싸매고 기워야 집이라


서울 같았으면 강변아파트

쇠물닭 청호반새 긴 꼬리딱새가 사는 일급지 일 텐데

똥금, 굴렀어야 했는데


집은 느긋하게 흔들리지 않고

진득하니 함께 늙어야

애들도 길심 삼아 찾아온다는

동네 중심 명문가

나와 아내는 갑작스럽고 불편한 일 있어 찾아가고 재촉한다

누렇게 뜨고 침침해져 가는 집들이 그의 굵은 손뼈에 온기가 돌고 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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