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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가 버는 이름

by 김규성

이 낯선 나라에서

가늠조차 하지 못하는 땅이며 바람맞으며

골목집에 지붕 위로 날아가는 텃새가 된 이름이 있다

사하르 누 엔티 하산 푼 장 고 하나꼬 퐁삭


사하르는 사막이 있는 고향

제법 익숙하게 한국말과 글을 쓰는

푼이라고 불리는 태국댁

난생처음 해외여행한 나라의 낡고 색 바랜

나무에 기댄 부처가 앉았다


누 엔티 안내양 아줌마가 가르쳐줘 내린 시장 골목에

오빠나 동생쯤 사내는 오토바이 짐을 풀어 내린다

하마르 핫산의 이름은 키 작은 여자의 짙은 눈썹과 이마의 붉은 점을 보고

뜨거운 해가 갑자기 신성해져서 꽃눈이 된다


그 사람인지 이 사람인지 어디서 무엇으로 살아가는

친구네나 시어머니 시동생의 시자가 들어가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이 빠진 밥상머리 저녁이

하나꼬라는 시골 농부의 아내 손에서 자라난 오이며 호박 몇 덩이가

이제는 잘 볼 수 없는 토장국 맛 꽃으로 피어나서

옥계동 명화리에서 나사를 조이고 땅을 가는

나뭇가지 끝 그 사람이 이 사람

단단하게 자라 뜨거운 방향으로 버는 토착 이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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