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가물거리는 공장
바닥과 천장에서 기계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동료는 없고 숙련된 노동이 사라진 스마트 공장에 다니는 나는 투명하다
알고리즘 인공지능 기계가 뱉어낸 물건 받아내고 다음 작업장에 넘겨주고 기계가 흘린 땀 닦아준다
광활한 적막
과연 이 회사를 얼마나 다닐 수 있을까
일터는 밤낮이 뒤바뀐다
친절한 속도는 죽음을 불사 시킨다
강조하는 무결성 분위기에 스스로는 무능화 되어간다
거대한 생산과 소비를 메우는 틈새노동*
떨어진 머리카락 주워 휴지에 싼다
이바지하고 이루기 바라는 존엄이 사라졌다 여생의 노동은 찌꺼기
내가 없다
길을 잃었다
틈새노동 : 사회학자 김광석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컴퓨터가 할 수 있는 일 사이의 '틈'에서 발생한 '플랫폼 노동'을 그의 책에서 "틈새노동"이라 이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