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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역 (誤譯)의 봄

by 김규성

십수 년 배웠어도 영어를 못한다.

아들 딸내미들 외국에 나가 사는 주소랑 싸 보내는 물품이 뭔지

이젠 손님들도 다국적 사람들이라서

'적어주세요'

'뭔 소리'

보내는 물품은 거기서 거기이나

자기 나라말 대신 영어로 써 보내라 해서 돌린다


말본새는

이몽룡과 춘향이 사이에 방자와 양단이

방자가 받아서 향단이에게 향단이 받아서 춘향이에게 가는

향단이 받아서 방자에게 방자 받아서 몽룡한테 가는

낯 간지러움


조선사람 최부가 중국 저장성 해변에 닿았을 때

네덜란드 사람 하멜이 제주도에 닿았을 때

'여기가 어딘가'라고 물었지만

익숙한 모습이 다르고 말이 달라 알 수 없는 해안에 바닷물과 바위

그 사이에 사람들은 널브러졌었다


베트남 중국 태국 캄보디아 필리핀 일본 스리랑카

그 사이에 번역되는 오늘은

김 인삼 라면 치약 옷

그중 통증 완화제 파스

패치라 적기에는 묻는 안부가 낯간지럽지만


고향 소식이 왔다는데 어딨냐고 묻는 태국의 3월

집에 사람이 없어 낼 다시 문 앞에 놓으라 말했으니

내일도 일 나가서, 문에 붙여 놓겠다? 고 그리 알고 가겠다! 고

파파고 방자가 번역해 주었다


그곳 날씨는 어떻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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