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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불편한

by 김규성

1.

변변한 농토 하나 없고

먹고사는데 필요한 기술이 없어 몸으로 버텨야 하는 일꾼이었다. 살림은 궁색하고 자리는 옹색하였다. 날마다 출근하고 무엇이든 움직여야 했다. 망치를 두드리고 빨래를 하고 바르고 쓸고 닦는 일이었다. 지루한 생활에 힘들수록 단단해지고 강하면 유연한 생각을 했다.


2.

반가운 손님도 오래 묵으면 부담이 되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보며 시간을 달래고 산과 물을 찾아 피로를 식혔다. 붙임성 있게 이야기하고 나눔으로 한 공간에 마음을 들였다.


주기가 다를 뿐 대체로 이곳은 밝음과 어둠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 가깝고 먼 평화와 전쟁 탄생과 소멸 아름다움과 부조화는 교차한다.


3.

거칠고 무질서한 혼돈을 다스려 의자를 내고 화분을 앉혔다. 즐거운 여유와 시간의 향기를 쫒다 되돌아가는 날개. 저어기, 매달리는 단축의 거리. 쥐어지지 않는 시간을 물려주려 한다. 몰라도 애써 이해하려 했다. 편리로 만들면 믿음이 따른다. 불편하나마 은근하고 촘촘하게 짜인 환경 적응이 익숙하다.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불편한 일에서* 벋어나 최적화한 안정된 생활이길

꿈은 소박하다.


* 지능형 로봇(봇)을 서술형으로 부르는 말. 영역은 인간이 하기엔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불편한 일을 한다. 인용은 책 <시스템 에러, 빅 테크 시대의 윤리학> 어크로스 2022년 4월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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