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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en Maker 배원열 Mar 25. 2024

왜 집을 사지? 직접 지으면 싼데...

6화 바닥기초 콘크리트 타설. 중장비의 대단함을 느꼈다.

사실 난 중장비부대에서 군생활을 했다. 큰 공사 작은 공사 할 것 없이 중장비는 건설현장에서 사람이 하기 힘든 일들을 손쉽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한다. 

군대 전역 이후 중장비와는 '영원히 안녕~'이라 생각했는데 내 집을 직접 짓게 될 줄이야...


처음엔 계산을 했다. 업체에 의뢰하여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비용과 내가 직접 시멘트를 버무려서 작업하는 비용의 차이를 계산해 보았는데 이럴 수가...


레미탈 1포 - 40kg (2017년 당시 5,000원)

물 - 5~7L

시공면적 - 가로 18m x 세로 10m x 높이 0.3m (총 54 m³)


레미탈 배합 비율

시멘트 1 : 모래 3 : 자갈 5  or 시멘트 1 : 모래 2 : 자갈 4


1 m³에 필요한 레미탈 40포(1600kg)


시공면적 54 m³ x 40포 = 2,160포


2,160 x 1포 5,000원 = 10,800,000원

모래값 +  자갈값 + 운송료 = 1,700,000원

시멘트 믹싱기 (믹싱량 150L짜리) = 1,500,000원


여기까지만 계산해서 14,000,000원


아직 내 인건비와 시간은 계산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믹싱기 150L짜리로 54 m³ 를 채우려면 360번 믹싱기에 레미탈 넣고 모래 넣고 자갈 넣고 물 넣고 믹싱 하면 된다. 몇 날 며칠을 할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벌써 병원에 입원했다. 그럼 병원비까지??


전문업체에 견적을 신청해 보았다.


(1 m³ = 1루베)

시멘트 1루베 81,000원 x 60루베 = 4,860,000원

펌프카 - 500,000원

작업인부 1인 180,000원 x 3명 = 540,000원


총비용 - 5,900,000원


추가 혜택도 있었다.

혜택 1. 공장이 가깝다고 레미콘믹싱차 운송료 무료

혜택 2. 54루베가 필요했는데 현장에선 10% 더 주문을 해야 부족함이 없다고 해서 60루베 주문했는데도 싸다.


이 정도면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맞지 않는가? 오히려 내가 콘크리트를 믹싱 해서 깔고 하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노동력과 시간이 소모되었다. (나만 했겠는가 아내, 아버지, 어머니 4명이 했겠지...)

더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혹 이 부분이 의심스러워 계산할 예정이라면 '시간 낭비 하지 마라 내가 해봤다.'이다.

얻은 것은 허투루 돈을 쓰지 않았았다는 믿음, 돈, 건강, 시간이다.


콘크리트 타설 전 해두면 좋은 작업을 몇 가지 이야기해 보겠다.

1. 중간중간 2m 간격으로 철근을 땅바닥에 박아 놓고 레이저레벨기를 이용하여 수평지점에 끈을 묶어 두었다. 작업하시는 분들은 부분이 굉장히 불편하겠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바닥의 수평이 맞기를 바란다.


2. 레이저레벨기가 있다면 콘크리트 타설 전 수평지점을 여기저기 많이 체크를 해두면 좋다. 이것은 건축주의 정신 건강에 좋은 것 같다. 콘크리트 타설 전 작업자 분들이 미리 수평지점을 체크한다. 이때 작업자분들이 체크한 부분과 우리가 체크한 부분이 상당히 잘 맞는 것을 보고 콘크리트 타설이 수평하게 잘 이루어지겠구나~ 하고 안심했다.


3. 화장실이나 다용도실로 사용할 공간은 단 낮춤을 하는 것이 좋다. 단 낮춤을 위해서는 화장실 자리 나 다용도실 자리에 거푸집틀을 만들어 콘크리트를 다른 곳 보다 10cm 정도 낮게 타설 한다.

화장실이나 다용도실 바닥은 보통 타일을 깔아 1.5cm~2cm 정도 높아지더라도 8cm 정도의 높이차이가 발생한다. 하수구 '육가'가 이물질로 막혀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 문턱을 넘어 거실이나 방, 복도 쪽으로 물이 넘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슬리퍼로 인해 문이 닫히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단낮춤을 하면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바닥기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반나절만에 끝났다. 역시 중장비 최고다.





남은 오후 시간에는 가족이 모여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어차피 콘크리트 양생 될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음 작업 계획과 자재 준비뿐이다. 
왜 일을 빨리 끝내고 여유를 챙기는지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다시 이 여유를 챙기는 데까지 7년이란 시간이 걸리게 된다.) 


콘크리트 타설 후 1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콘크리트가 갈라짐 없이 양생 되라고 틈틈이 물을 주었다.

이제 와서 얘기지만 비닐을 덮어 놓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이라고 생각한다.



자꾸만 보고 싶은 마음에 더 많이 왔다 갔다 하며 물을 준 것 같다. 아내와 물을 주며 행복한 미래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건물은 아직 짓지도 않았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시고 있었다.

각자의 방에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다 엄마가 '밥 먹자' 하고 외치면 각자 방에서 나와 주방에 한대모여 맛있는 식사를 하며 사소한 담소를 나누고, 사계절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나와 아내는 따뜻한 커피, 아이들은 코코아를 음미하며 경치를 만끽하고, 언제든 일하고 싶으면 일을 하고, 쉬고 싶으면 쉬고, 놀고 싶으면 노는 상상을 했다.

상상하며 대화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아이들도 집에 대한 계획과 꿈이 있었다. 자신의 방에는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고 이렇게 저렇게 꾸밀 거라며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로 행복해졌다.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가족과 대화하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꿈에서 깨면 늘 현실!! 농지를 대지로 바꾸고 각종 행정처리에 바닥기초를 하면서 통장의 잔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쯤 되면 대출이 떠오른다. 처음 집을 짓겠다고 했을 때부터 통장의 잔고는 턱 없이 부족했다. 아내는 늘 걱정했다. 이 돈으로 집을 짓는 건 불가능하다고... 그런데 정말 어이없게도 왠지 우리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남편을 아내는 믿어주고 힘이 되어 주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미래에도 늘 나에게 최고의 힘이 되는 아내이다.


아내의 웃는 얼굴이 좋았다. 그 얼굴을 보기 위해 몸이 으스러지도록 일할 수 있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부족한 생각이었던 것 같다. 으스러진 몸을 보는 아내의 마음을 생각지 못했던 어리석고 용감한 그때 그 시절이었다.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계획했다. 답은 간단하다. 돈 벌면서 집을 지으면 된다. 참고로 나는 자영업자이다. 직업은 목공예가&목공지도사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일과를 둘로 쪼갰다.


06:00 ~ 10:00 - 집짓기

10:00 ~ 24:00 - 돈 벌기


때로는 더 많은 시간 돈 벌기에 매진하고 때로는 더 많이 집 짓기에 시간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계획은 꾀나 효과가 있었다. 2020년 코로나라는 재앙이 닥치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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