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살 외톨이 노처녀의 생일

by 우딤



퇴사 후 곧장 시골살이를 시작했던 게 2024년 10월 말이니까 얼추 1년 반 정도 되어 간다. 인파 속에 섞이기 보다 외떨어져 그들을 바라보는 게 더 편하고, 타인과 무언가를 공유하기 보다 혼자 생각에 빠져있는 편이 더 좋은 건 변함없는 나의 모습. 그러나 내가 속해있는 공간이 도시에서 시골로 바뀌니 초라함이 잘 감춰지지 않는 것 같다. 25 정도의 쓸쓸함이 60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달까. 여기에서는 내 또래의 미혼 여자를 보기 힘들다. 하긴, 어딜 가도 남편은 같이 안 왔어요? 소리를 듣는 곳이니까.


직장 다닐 땐 전날 자정에서 내 생일로 넘어오는 00시 00분에 축하 카톡을 꽤 받았다. 생일 축하한단 소리를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몇 번이나 들었다. 하지만 이젠 누구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 친구의 자리를 동료들로 대신해 왔던 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지난 8년 동안 동료들 덕에 내가 외톨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아왔구나, 깨닫는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미역을 불렸다. 원래는 고기를 꼭 넣지만 요즘은 돈벌이가 없어 그냥 미역과 마늘만 넣어 끓인다. 엄마가 홈쇼핑에서 샀다는 LA갈비도 한 팩 뜯어 구웠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가족과 외식을 하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속이 시끄러워 관뒀다. 한집에 사는 동생과는 말도 안 섞은 지 몇 개월째고. 멀리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꿈마저도 기차를 타고 달아나는 내용인데 생일밥이 대수냐.


신경 안 쓰는 척하지만, 연초에 엄마가 농사지은 딸기를 선물로 보냈던 몇 명의 지인이 떠오른다. 가깝게 지냈던 동료 두 명과, 아주 오래전부터 알아온 친한 언니 한 명. 인간은 정말 어쩔 수 없구나. 당시엔 돌려받으려는 마음 없이 선물해놓고 막상 생일이 되니 서운해진다.




평소와 다를 것 없이 도서관으로 왔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도보로 1시간이라 꼭 버스를 타는데 1분 차이로 버스를 놓쳐 걸어왔다. 배차가 45분 이상이라 이럴 땐 걷는 게 낫다. 운 좋게도 오는 길에 말 한 마리를 봤다. 말 등에 올라탄 남자가 내게 눈인사를 건넸다. 멋진 말과 낯선 사람의 인사 덕에 기분이 좋아졌다. 도서관 구석에서 초코라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유튜브에 올릴 짧은 영상을 편집했다. 구독자는 없다. 댓글도 좋아요도. 이제 영상 두 개 올렸을 뿐이다. 게다가 뭐 대단히 재밌게 살거나 감각적인 것도 아니라 봐줄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영상을 올린 뒤엔 PC 이용실로 들어와 이 글을 쓴다. 미역국을 끓여 먹고 말을 본 이야기만 쓰려고 했는데 뭐가 이렇게 주절주절 길어졌을까.


혼자 영화를 볼까 했는데 딱히 끌리는 게 없다. 다음 주면 임의 개강이니까 예습이나 하다가 집에 갈 것 같다. 운전을 못해 어딜 훌쩍 다녀올 수도 없고. 서른일곱 살의 생일이 이렇게 지나간다. 생일을 특별하게 생각했던 적은 없는데 나이 탓인지 유난히 흐린 날씨 탓인지 오늘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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