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반

by 쓰는 미래


아침부터 고객과 안 좋은 언쟁을 했다. 나는 한동안 이 감정이 나를 괴롭힐 것임을 알았다.

처음 보았던 그 사람의 얼굴도 목소리도 계속해서 생각날 것이고 잠들기 전, 왜 그때 이런 말로 응수하지 않았던가 후회도 할 것이다. 내 스스로 마취도 없이 끊어낸 울분 같은 것들이 딱지가 앉고 상처 없이 사라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게 좋은 것들을 꺼내 든다. 즉각 붙일 수 있는 대일밴드 같은 것들을.

그 첫 번째는 단연 프랑스 자수다.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은 취미지만 금세 매료된 '내게 좋은 것'이다.

새로 익힌 기법으로 수놓은 천 쪼가리 하나에 나는 위안을 받는다.

너무 소소하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작은 자수를 시작하기 까지, 첫 바늘을 팽팽하게 조여진 린넨에 꽂기까지 나는 많은 시간을 망설였고 나름의 큰 도약을 했다.

책상 위에는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블리온 스티치로 완성한 민들레 한 송이와 네 잎 클로버 자수가 놓여 있는데 거기에 새로 주문한 울 사로 민들레 홀씨를 수놓을 생각을 하면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안 좋은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지만 우리는 안 보이게 덮을 수 있다.

잘 고른 예쁜 색깔의 실로 켜켜이 수를 놓는 것처럼 바늘이 천을 통과할 때 기분 좋은 마찰음을 내는 것처럼 우리는 감출 수 있고 소리 내어 웃을 수 있다.

기다리면,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면 상처는 금방 사라지리라.

감정 컨트롤. 쉽게 생각하면 쉬운 것이었다. 어릴 때는 그것에 돈을 들이거나 알코올에 의존해 몸을 망가뜨리거나 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듯이 내게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러니 오늘 무언가에 상처를 받았다면 여기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좋은 것으로 덮어보자. 지금 나처럼 글을 써도 좋고 그림을 그려도 좋고 무언가를 만들면 더 좋다.

때론 가장 소소한 것들이 우리를 치유해 주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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