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너도 나도 달린다.
해가 넘어가고 나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길 위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집 앞이 바다 산책로인 '부산 해파랑길'인 탓에 창 밖으로 달리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보면 얼른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처음엔 잘 달리지 못했다.
무릎도 약하고 지구력도 없어서 숨이 차오르면 고통스러운 가슴을 부여잡으며 바로 멈췄다.
그래도 '오운완'의 효과로는 달리기가 가성비 최고인 것 같다.
조금만 뛰어도 땀범벅에 얼굴이 벌게지니 마치 자신과 싸우는 마라토너가 된 것처럼 뿌듯했다.
체력이 허락할 때는 이틀에 한번 꼴로 달렸는데 매일 한걸음이라도 더 뛰려고 했던 것 같다.
중간에 숨 고르는 구간도 줄였다.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이 끝날 때까지 뛰기, 저 멀리 보이는 노랑 바지의 러너를 따라잡을 때까지 뛰기, 바다가 보이는 구간까지 뛰기, 등등.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나만의 목표를 정해 뛰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는 나'에 취하던 어느 날 남편이 함께 뛰었다.
매일 신나게 뛰러 나가는 걸 보더니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달리는 남편은 매주 달리던 나보다 훨씬 잘 뛰었다.
그게 첫 번째 절망이었고 두 번째는 남편의 지적이었다.
내가 너무 이상하게 뛴다는 것이다.
뛰고 있는 나 자신을 볼 수 없으니 몰랐다. 내가 참 이상한 자세로 뛴다는 것을.
달리다 보면 나도 유독 눈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머, 저 사람은 캥거루처럼 뛰잖아?
저 사람은 제 자리에서 뛰는 것 같은데?
저 근육질의 남성분은 다리 놀림이 고무줄 뛰기 하는 것 같구먼!
보고 싶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남다른 보법의 러너들이었다.
근데, 남편 말에 따르면 나도 못지않다는 것이다.
넌... 정말 너무 어색하게 뛰어.
그 말을 듣는 즉시 나는 더욱 어색해져 버렸다.
남편의 말은 저주처럼 내 팔과 다리를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부산 해파랑 길에서 로봇처럼 뛰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다.
광안리 바다를 찍고 집으로 돌아오면 삼십 분 남짓의 달리기가 끝난다.
저녁을 먹고 나갔지만 돌아오면 산뜻한 공복의 기분이 된다.
간단한 샤워로 땀을 씻어내고 경건하게 배달 앱을 여는 모습을 보며 남편은 또 다른 저주의 말을 전한다.
운동 안 하고 안 먹는 게 더 건강하지 않을까?
틀렸다. 나는 건강하려고 뛰는 게 아니라 먹기 위해 뛰는 거다.
하나라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이렇게나 부지런하다.
달린 후에 먹는 라면, 치킨, 피자, 맥주, 심지어 물까지, 모든 것이 맛있어진다.
달리기는 내 미각을 한층 더 자극시키는 MSG요, 목 넘김을 더욱 가열차게 만드는 엔진이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참 부끄럽다.
전국의 러너들은 답해주길.
달리고 나면 야식을 먹게 되지 않는지? 남편의 저주처럼 나만 먹나? 정말 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