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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vive Jul 26. 2024

ESG라는 말

ESG 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ESG

 ESG라는 용어는 Earth, Social, Governance의 머리말을 딴 말로써, 2004년 유엔이 발간한 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금융이 환경,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의 문제를 주요한 사업의 프레임워크로 활용할 것으로 권장하면서 사용되었으며, 2006년 UN PRI(Principle of Responsible Investment)에서 투자관행에서 ESG 요인을 고려하는 원칙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ESG는 말 그대로 금융의 용어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금융과 투자 관점에서 ESG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글로벌하게는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래리핑크(Larry fink)가 발표한 세계최대의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연례서한에 사용하면서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

Who Cares Wins 보고서 표지


개인부터 공공기관까지 모두의 ESG


 2020-21년쯤 ESG는 착한 기업론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되고 알려지면서 CSR, CSV의 다음세대 용어 정도로 포지셔닝되기 시작하면서 그 이상한 포지션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금융-투자-기업의 관행에서 쓰여야 할 용어가 사회공헌, 상생, 각종 공익 캠페인까지 포괄하게 된 것이다.  


 기업만 그럴까요? 개인, 비영리, 공공기관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ESG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이를 확산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꽤나 있었다.(요즘은 좀 잠잠하다.) 심지어 22년 대선 때는 정치권에서도 몇몇 환경사회적 실천과제를 묶어 'ESG대통령'을 강조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차용된다. 


ESG 대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고 표현할 수 없을까?


 해외기업은 ESG대신 어떤 표현을 쓸까요?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라는 표현을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Sustainability는 굳이 기업에서만 많이 사용하는 용어는 아니며 개인/기업/공공기관 등에서 모두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 여겨진다. 

아마존 Sustainability 페이지(https://sustainability.aboutamazon.com/)

 

 특히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사회적 지속가능성이 커플링(coupling)되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고 기업이 환경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외기업에서는 Sustainabilty를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받는 활동의 영역에서만 대체로 ESG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용어가 특정한 개별 국가나 커뮤니티에서 변형되어 사용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ESG라는 용어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단어 중에 안 중요한 게 없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사업의 관행에서 환경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여 의사결정하며, 이익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사회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력을 줄이고, 기업이 환경사회로 부터 받는 재무적 영향력을 파악하여 공개하자는 취지가 무색하게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개인적 실천, 사업 관행의 개선과 무관한 기업 수익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까지 그 범주에 넣는 건 용어를 일시적으로 차용하는 것 이상이하도 아닌 것이다. 


ESG와 Sustainability 작지만 큰 차이

 그러다 보니 최근 ESG 투자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 공격으로 인해 ESG투자나 펀드가 주춤한 현상(실제 주춤 한 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것 같지만)을 놓고 ESG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당연히 ESG 투자는 다양한 변수(경기, 시대적 상황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를 비롯한 환경오염, 인권, 소득격차 등 문제의 심각성과 기업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Sustainability를 추구하는 기업의 활동에는 변함이 없어야 하는데 금융/투자에서 사용되는 ESG를 폭넓게 활용하다 보니 미디어에서는 마치 기업의 활동까지 철이 지나가는 것처럼 회자 되곤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 (현실에서는 이제부터 지속가능성 공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본게임 시작하는 느낌이다.)


수년 내에 "이제 ESG 가고 OOO의 시대"라고 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ESG로 표현하고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ESG의 범주에 너무나 많은 걸 넣어서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늘 답답한 마음이다. 이럴수록 현실에서 ESG/Sustainability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분별력과 감수성이 중요하고 계속해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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