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소에서 읽는 세상

기후학은 모르겠고, 물건이나 잘 만들자

by 우드코디BJ
KakaoTalk_20250814_215008111.jpg


제재소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기후라는 단어의 무게가 달라졌다. 나무를 다루는 일과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 사이에는 생각보다 짧은 거리가 있었다.

재해라는 말 앞에 기후라는 수식어가 붙을 때, 언어의 변화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는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오는 여름은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마치 예고 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처럼, 기후 재해 소식들이 더 자주 귀에 들려온다. 그럴 때마다 창고 안에 목재들을 바라보게 된다.


KakaoTalk_20240712_163455654_19.jpg

여기저기서 국산목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우리 숲에서 제대로 된 목재를 내어줄 나무는 생각보다 적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무늬목으로 싸인 MDF나 치장합판을 원목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업계에 있다 보니 알게 된 사실들.

7월 초 서울 기온이 37.8°C를 기록하며 118년 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8월 초 프랑스 남부에서 75년 만에 최악의 산불이 발생하며 파리의 1.5배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다. 2022년 기록적인 홍수와 폭우로 1700명 넘게 숨졌던 파키스탄에서 8월 중순 또다시 발생한 기습 폭우로 340명 넘게 사망했다. 기후 재해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기후 위기 시대 탄소를 저장하는 목재를 많이 쓰라고 한다. 그런데 쓰라고 강요할 일은 아니다. 사람들 손이 저절로 가게 만드는 목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국산목재든 수입목재든,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완성품이 매력 없으면 소용없다. 매일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제재소 다니는 나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불 화약고'가 된 우리 숲, 이대로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