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일까

화르륵 타오르는 AI 주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우리 일자리

by 우드코디BJ

반복되는 광기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주식 투기에 실패한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남긴 이 탄식은, 3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이 말이 가장 절실하게 울려 퍼지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2025년 현재, 우리는 또다시 거대한 물결 속에 서 있다. 그것은 '인공지능(AI) 혁명'이라 불리며,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다. 프랑스 대형 금융그룹 BNP파리바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미국 GDP(국내총생산)의 무려 4분의 1이 AI 관련 투자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투자가 없었다면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에 빠졌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러나 이 열광 속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금 진정한 혁명을 목격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또 다른 광기의 재연을 보고 있는 것일까?


17세기 튤립과 21세기 AI : 닮은 꼴의 열광


1637년 네덜란드를 뜨겁게 달궜던 튤립 광풍을 떠올려보자. 대항해시대와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네덜란드인들은 튀르키예에서 들여온 튤립에 열광했다. 처음엔 부자들의 취향이었던 것이 점차 대중으로 확산되었고, 특히 바이러스 감염으로 색상과 문양이 변한 '희귀 튤립'은 천문학적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거래 방식의 진화였다. 사람들은 아직 피지도 않은 튤립 구근의 선물(先物, 미래에 인도하기로 약속하고 현재 거래하는 방식)을 거래하기 시작했다. 대금의 10%만 내면 거래가 가능한 레버리지(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방식) 관행이 퍼지자 가격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오늘도 오르고 내일도 오른다'는 군중 심리가 더해져, 어느새 구근 하나가 집 한 채보다 비싸지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러다 왕실과 귀족이 매도했다는 소문이 돌자, 가격 버블은 순식간에 붕괴했다. 상승분의 99%가 증발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파산했다.


2025년의 AI 열풍은 어떤가? S&P500(미국 주요 500개 기업 지수) 시가총액의 58%를 단 10개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은 튤립 못지않게 뜨겁다. 코스피(한국종합주가지수)는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4,000선을 돌파했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대한 믿음은 거의 종교적 수준에 이르렀다.


유사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의 과도한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하기)로 상징되는 레버리지 투자, "내일도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 기대, 소수 자산에 대한 집중된 투기. 구조적으로 튤립 광풍과 놀라울 만큼 닮아있다.


Gemini_Generated_Image_llvqb0llvqb0llvq.png 17세기 튤립 광풍처럼, 21세기 AI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투기의 의도치 않은 순기능


그렇다면 AI 열풍은 단순히 위험한 버블에 불과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튤립 광풍이 남긴 것은 파산자들만이 아니었다. 더 비싼 튤립을 얻기 위한 경쟁은 화훼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왔고, 네덜란드는 오늘날까지도 세계 최고의 화훼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18세기 사상가 버나드 맨더빌의 말처럼, "인간의 탐욕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AI 열풍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투기 자본이 실제로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AI와 클라우드 부문에 약 314억 달러(약 43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돈은 실제로 로봇 기술, 자동화 시스템, 알고리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AI는 더 이상 실험실의 이론이 아니라, 기업의 실질적인 운영 방식을 혁신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전례 없는 딜레마가 숨어 있다.


시간차의 공포: 일자리 없는 폐허


튤립 버블과 AI 버블의 결정적 차이는 일자리다.


튤립 버블의 경우, 버블이 붕괴하고 사람들이 파산했지만 일자리는 그대로 존재했다. 농업, 어업, 수공업이 여전히 남아 있었고, 다시 일어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AI 버블은 다르다. 버블이 상승하는 과정 자체가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버블의 진짜 공포는 만약 붕괴가 일어난다면 돌아갈 일자리조차 남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최대 3만 명 규모의 본사 인력 감원을 추진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CEO 앤디 재시는 "생성형 AI가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며,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인력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수만 명이 해고되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 월마트 같은 주요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자동화를 확대하며 신규 채용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 희망퇴직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뉴스 사회면에는 '대기업 희망퇴직 8000명 돌파', '40대 재취업 성공률 12%', '신규채용 50% 급감' 같은 제목이 줄을 잇는 반면, 경제면에는 'AI 업무 자동화율 65% 달성', '무인점포 2000개 돌파', '생성형 AI 도입 3배 증가' 같은 기사가 지면을 채운다.


최근 3년간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6,860명이 희망퇴직했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들도 AI 투자 확대와 인력 감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AI 투자와 일자리 감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물론 AI는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 AI 윤리 전문가, 데이터 라벨러 같은 직업이 생겨났고, AI 시스템을 감독하고 유지보수하는 인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와 규모의 불균형이다. AI가 대체하는 일자리는 수십만 개 단위인 반면,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수천 개 단위다. 더 심각한 것은 진입장벽의 격차다. 사라지는 일자리는 중급 기술 노동자의 것이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해고된 40대 사무직 직원이 곧바로 AI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는 현실, 이것이 '일자리 전환'이라는 낙관론이 간과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이런 뉴스들은 '에브리씽 랠리(모든 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의 환호 속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사람들은 AI 관련주가 오르는 것을 보며 환호한다. 그러나 그들은 깨닫지 못한다. 막대한 투자금이 AI에 퍼부어진 결과, 누군가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욕망과 희망 사이


튤립 광풍 당시, "네덜란드를 화훼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숭고한 희망을 품고 투자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은 "내일 더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욕망에 이끌렸다.


지금 AI 주식을 사는 사람들은 어떤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라는 희망보다는 "빨리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솔직한 동기일 것이다.


아이러니는 여기 있다. 욕망이 모여 우연히 희망을 실현시킨다는 것. 튤립 투기꾼들의 탐욕이 네덜란드를 화훼 강국으로 만들었듯이, AI 투기꾼들의 욕망이 실제로 AI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가가 다르다.


역사는 반복된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인간이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로부터 배웠다."


17세기 튤립 광풍, 20세기 닷컴 버블, 그리고 21세기 AI 열풍. 역사는 명확한 교훈을 제공한다. 거품은 결국 꺼진다고. 하지만 인간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부의 창출 기회 앞에서 탐욕과 단기 시세 차익이라는 본성에 다시 이끌려 과거의 실수를 반복한다.


다만 이번은 다르다. 과거의 버블들은 폐허를 남겼지만, 그 폐허에서 다시 일어설 수단은 남겨두었다. 하지만 AI 버블은 폐허조차 남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역사의 교차로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투자와 투기를 구분해야 한다. AI 기술의 발전을 믿는다면, 단기 시세차익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25년 10월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3조 원을 돌파했다. 전년 말(15조 8000억 원) 대비 49% 급증한 수치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조차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레버리지 거래를 자제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긴급 주의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빚투와 영끌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겠다는 환상은 결국 개인을 파산으로 몰아갈 뿐이다.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 가치도 함께 하락해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변동성이 커질 때 레버리지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로 이어진다.


둘째, AI를 잘 쓸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가 SNS에 일상을 담는 동안 누군가는 SNS에 통찰을 쌓고 있다. AI도 마찬가지다. 정보 검색이나 이미지 생성을 넘어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한다. 이미 AI를 통해 개인의 실무 역량을 증폭시킨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일거리까지 해내고 있다.


셋째,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역량을 키워야 한다. AI는 경험할 수 없지만, 현실은 경험의 연속이다. 그 경험 속에서 목격한 문제와 해결 과정, 실수하고 배운 교훈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멘토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AI는 일반화된 정보를 제공하지만, 당신의 고유한 경험과 해석은 제공할 수 없다. 이것이 개인의 생존 전략인 동시에, 인간이 기계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앞으로 AI 광풍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설 때, 과연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남아있을까?


우리는 지금 역사의 교차점에 서 있다. 헤겔의 말처럼 또다시 배우지 못한 채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이번만큼은 역사로부터 배울 것인가. 버블이 꺼진 후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번만큼은, 대가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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