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은 늘었지만, 건강은 사라졌다
20세기 중반, 의사가 담배 광고에 등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More Doctors Smoke Camels." 흰 가운의 미소가 담배를 세련됨과 지위의 상징으로 포장했다.
우리는 오늘 그 시대를 비웃는다. 의사가 담배를 권하다니, 믿기 어렵다. 그러나 에든버러대 데비 스리다르 교수는 경고한다.
"20세기의 암 주범이 흡연이었다면, 21세기의 대응자는 초가공식품일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도, 50년 후엔 비웃음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
1909년, 이케다 기쿠나에는 다시마에서 감칠맛 성분 글루탐산을 추출해 MSG로 상품화했다. 혁명이었다.
같은 무렵 간장 제조 현장에선 더 과감한 실험이 진행됐다. 간장 맛의 정체는 아미노산이다. 그렇다면 발효의 시간을 건너뛰면 어떨까?
대두단백을 염산으로 분해해 아미노산액을 얻었고, 1년 넘던 발효는 며칠로 줄었다. 농축하면 소량으로도 강한 풍미를 내는 단백가수분해물이 됐다. 누룩의 시간을 염산의 속도로, 다시마 육수를 화학조미료로 바꾼 셈이다.
효율은 극적으로 높아졌다. 비용은 낮아지고, 유통기한은 늘고, 맛은 강렬해졌다. 그와 함께 사라진 것도 있었다. 자연의 시간, 발효의 깊이, 그리고 건강이다.
오늘의 건축은 폴리우레탄, PVC, 각종 접착제와 합성수지로 효율을 끌어올렸다. 시공은 빨라지고, 비용은 줄었고, 내후성도 강화됐다. 그 대가로 잃은 것이 있다. 자연의 호흡, 숙성의 시간, 건강한 공기다.
VOCs,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벤젠은 실내 공기를 오염시켜 두통·피로·피부염·호흡기 질환을 부른다. 초가공식품이 장내 미생물과 대사를 무너뜨린다면, 석유화학 건자재는 우리가 매일 마시는 공기를 무너뜨린다.
둘의 궤적은 닮았다. 초가공식품은 발효를 화학 분해로 대체했고, 석유화학 건자재는 목재의 긴 건조를 합성수지로 대체했다. 산업은 효율의 승리를 얻었고, 우리는 건강의 침식을 감내했다.
일본의 아베 쓰카사는 1,500여 첨가물을 꿰뚫은 전설적 마케터였다. 흐물 해진 명란은 하룻밤이면 탱글 해졌고, 허옇게 변한 무는 오독오독해졌다. 공업용 고기도 겔과 첨가물로 '고급' 미트볼이 됐다.
그가 회사를 떠난 이유는 단순했다. 어느 날, 딸 생일상 위의 미트볼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공 과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먹기 어려운 그 음식을, 자신의 아이들이 먹고 있었다. 그는 운동가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에서 16년간 과자회사에 몸담았던 안병수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으로 가공식품의 이면을 폭로했다.
이들의 증언은 단순한 폭로가 아니다. "염산의 작품"과 "누룩의 작품"을 혼동하는 시대에 대한 경고다.
2005년, 제이미 올리버는 BBC 다큐 《Jamie's School Dinners》로 영국 급식의 민낯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케첩과 감자튀김 브랜드 이름은 줄줄 외웠지만, 토마토와 셀러리는 알아보지 못했다. 그는 한탄했다.
"입맛만이 아니라 식재료 인식력이 무너졌다."
방송은 제도를 움직였다. 정부는 급식 기준을 손보고 예산을 늘렸다. 한 셰프의 방송이 공공정책을 바꾼 드문 순간이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여전히 초가공식품의 그림자 아래 있다. 영국보건청(NHS)에 따르면, 어린이 비만율은 1990년대 초 5%대에서 2020년대 20%를 넘어섰다.
문제는 단순히 비만이나 영양 불균형이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리고,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인슐린 신호 체계를 교란시킨다. 그리고 그 모든 변화는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스리다르 교수의 경고는 과장이 아니다. 초가공식품은 21세기의 담배가 되어가고 있다.
1987년, 시즈오카대는 재료가 다른 상자(금속·나무·콘크리트)에서 실험쥐를 사육했다. 생존율은 각각 41%·85%·7%. 수태율, 새끼 성장, 수컷의 공격성, 어미의 양육 행태까지 재료에 따라 달랐다. 후쿠오카·나고야·시마네대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보고됐다.
환경건강 평론가 후나세 슌스케는 콘크리트의 냉복사(몸에서 열을 빼앗는 차가운 복사)를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시마네대 나카오 교수는 목조 단독주택과 콘크리트 집합주택의 평균 사망률을 비교해, 수명 차이를 약 9년으로 추정했다.
후나세는 이 연구들을 엮어 2002년 『콘크리트 주택은 9년 일찍 죽는다』를 냈다. 연구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있었지만, 책은 일본 건설업계에 파란을 일으켰고, 산업계 압력으로 3년 만에 절판됐다.
후나세의 연구는 콘크리트의 냉복사라는 물성 문제를 고발했다. 그러나 건축자재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물리적 특성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더 은밀하고, 더 광범위한 위협이 있었다.
VOCs(Volatile Organic Compounds, 휘발성유기화합물)는 페인트, 접착제, 합성수지, 가구, 인공목재 등에서 서서히 증발하며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화학물질이다. 대표적인 물질은 포름알데히드, 톨루엔, 스티렌, 벤젠 등으로, 두통과 피로, 눈 따가움, 호흡기 자극뿐 아니라 장기 노출 시 면역계와 신경계 손상까지 유발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새집 냄새'의 정체가 바로 VOCs다.
캐나다의 환경건강 전문가 Angela Hobbs는 새로 지은 목조주택으로 이사한 뒤 극심한 피로와 두통, 호흡곤란을 겪었다. 철근콘크리트가 아닌 목구조였기에 더 당혹스러웠다. 원인을 찾기 위해 집 안 모든 자재를 조사한 결과, VOCs의 주된 배출원은 벽-to-벽 카펫과 리본드 패드(35%), MDF·파티클보드 가구(25%), 페인트·프라이머(20%), 합판·공학목재(12%)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4위의 '목재'가 천연 원목이 아닌, 접착제를 사용한 공학목재라는 사실이다. MDF, OSB, 합판 등은 제조 과정에서 요소수지·페놀수지 같은 석유화학계 접착제를 사용하며, 이에 따라 포름알데히드 방출 등급(E0, E1, E2) 체계가 존재한다. 반면, 천연 원목은 VOCs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결국 Hobbs가 지목한 진짜 주범은 석유화학 파생 건자재였다. 카펫에서 방출되는 스티렌과 톨루엔, MDF 가구의 포름알데히드, PVC 장판과 벽지의 프탈레이트 - 이 모든 것이 석유화학 산업의 산물이었다. 그녀가 2003년 출간한 『The Sick House Survival Guide』에서 밝힌 결론은 명료했다.
'건축 구조보다 마감재가 더 중요하다.'
WHO는 1984년 '병든 건물 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 SBS)'을 공식 용어로 채택했다. 정의는 간단하다. "현대 건물 점유로 인한 비특이적 불편 증상(두통, 피로, 호흡기 자극)."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으로 VOCs가 지목되었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 이후 건물의 기밀성이 높아지면서 실내 공기 오염 문제가 급증했다. 신축 건물의 10~30%가 SBS를 겪는다는 보고가 이어졌고, 영국 언론은 이를 "ticking time bomb(째깍거리는 시한폭탄)"이라 불렀다. 1992년 영국 HSE는 VOCs를 비롯한 화학물질의 노출이 직원의 생산성과 건강을 동시에 악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정반대다. '초가공식품'은 수천 건의 기사와 칼럼이 쏟아지지만, 'VOCs', '새집증후군', '병든 건물 증후군'을 검색하면 결과는 초라하다. 식탁의 위험은 공유되지만, 실내의 위험은 감춰져 있다.
첨단의 미학과 효율은 갖췄지만, 정작 호흡은 검증되지 않았다. 국내 굴지의 조선사 판교 신사옥은 냉난방비 35% 절감, 스마트 오피스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건물이었으나, 입주 후 새집증후군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화장품 기업 A사의 용산 신사옥 역시 세계적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하고, 미학과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평가받았으나, 이곳에서도 입주한 임직원들 사이에 새집증후군 증상 사례가 보고되었다.
세계적 건축가가 설계하고 국내 최대 건설사가 시공한 건물에서도 새집증후군이 발생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고, 태양광 패널 천여 장을 설치하고, 냉난방비를 35% 절감하는 기술은 있지만, 정작 사람들이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은 없다.
2024년 3월에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 청년주택 등 소형 평형대에서 새집증후군 유발물질 농도가 높게 측정되었다. 2024년 1월에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용인시 아파트 입주 후 아기가 피부염에 걸린 사례에 대해 시공사에 303만 원 배상 결정을 내렸다. 새집증후군에 대한 첫 배상 결정 사례였다.
이것은 개별 기업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다. 산업 전체가 '효율'과 '미학'을 추구하는 동안, 건강은 선택 사항으로 밀려났다는 구조적 증거다.
지난 17년 동안 나는 목재업계에서 일해왔다. 회사의 몇몇 상담 테이블 위에는 『콘크리트의 역습』 한 권이 늘 놓여 있다. 표지에 스민 손때가, 그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왔는지를 고요히 말해준다.
상담을 하며 느끼는 것은, 요즘 고객들의 관심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카탈로그를 펼치고 샘플과 견적서를 먼저 요청하던 분들이 많았다면, 이제는 목재가 쓰인 공간 사례를 더 보려 하고, 자연 유래 재료로서 목재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손님들은 콘크리트 상자에서 자란 실험쥐의 사진을 보고, 냉복사의 도표를 살핀다. 철근 콘크리트, 금속, 편백으로 만든 상자 속에서 자란 실험쥐의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늘 흥미롭다. "그래서 그랬구나" 하며 예전의 새집 기억을 떠올리는 분도 있고, "이런 내용은 처음 알았어요" 하며 놀라는 분도 있다.
그 책은 상담 테이블뿐 아니라 사무실 곳곳에 놓여 있다. 표지가 낡을수록, 나는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더 자주 떠올린다. 책이 낡아갈수록 의문은 더해졌다. 개인의 눈을 뜨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이제 우리 사회 전체의 '알 권리'가 시스템으로 보장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많은 건축 자재는 시험성적서를 제출하지만 결과는 비공개다. 소비자는 자신이 매일 숨 쉬는 공간이 어떤 자재로 지어졌는지, 그 자재가 어떤 물질을 방출하는지 알 수 없다. 건축사와 시공사만 접근 가능한 정보 구조, 공개되지 않는 자재 데이터, 소비자용 포털의 부재. 자동차는 연비와 배출가스를 QR코드로 공개하지만, 건축자재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다.
후나세 슌스케의 책은 2002년 일본에서 출간 후 건설업계의 반발로 3년 만에 절판되었다. 한국에서는 2004년 목재업계에서 먼저 번역했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2012년에야 재출간되었다. Angela Hobbs의 책은 영어권에서도 소규모 유통에 그쳤고, 한국어 번역본은 없다.
초가공식품에는 아베 쓰카사, 안병수, 제이미 올리버가 있었다. 석유화학 건자재에는 후나세 슌스케와 Angela Hobbs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산업계의 침묵 앞에 묻혔다.
소비자의 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한국의 영양성분표 의무화는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왔으며, 2026년부터는 매출액 50억 원 미만의 영업소까지 확대 적용된다. 이는 소비자의 알 권리와 건강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국민에게 무엇을 먹고, 어디에 살지 선택할 자유를 넓히려면 이제 식탁의 투명성처럼 주거의 투명성도 제도화되어야 한다.
건강한 선택은 정보의 평등에서, 정보의 평등은 공개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