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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Jun 23. 2023

모태신앙

 스스로 원해서 세상에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탄생은 오로지 부모의 의지가 반영되는 활동이다. 사랑과 본능의 완성이라는  가지 측면에서 본다면 아이는 부모가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그래서 태어나자마자 아이는 유전적 형질과 가정환경까지 모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선택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종교는 부모로부터 거의 강제로 물려받게 된다. 모태신앙은 철저하게 어른들의 기준에서 결정되는 그들만의 인증시스템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모태신앙이라는 훈장이 달려있다는 사실을 다른 신도들 앞에서 자랑한다.


 그러나 살면서 만난 많은 교회키드들은 모태신앙이라는 훈장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면서 신앙에 대한 가치관이 재정립된다면 몰라도 어린 시절의 모태신앙은 족쇄에 가깝다. 물론 좋은 쪽으로 받아들일 여지도 있다. 같은 종교라는 공감대를 가진 교회 형과 누나 그리고 동생들이 생긴다. 부모님 또래의 교회 사람들은 사랑을 베풀어주는  다른 가족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태신앙은 자유로운 사고와 행동을 저해하면서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모태신앙을 진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교리에 절여지면서 산다. 교회를  다녀야 한다는 말을 귀에  박힐 정도로 듣는다. 종교적 흑백논리와 이분법에 노출되는 성장기는 모태신앙의 필수과정이다. 당장 현실의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할 시기에 보이지도 않는 믿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주변 어른들이 보여주는 언행과 태도는 세계관의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교회는 좋은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니다. 신앙의 가면을 썼지만 속이 검은 사람들이나 속물이나 다름없는 인간들 역시 널려있다. 부모들은 집과 교회에서 전혀 다른 가면을 쓰고 생활한다. 웃는 얼굴로 입에 아멘을 달고 살면서 친절하게 행동하지만 집에서는 크게 다투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서로 사랑하고 이웃을 아끼라는 설교를 으면서 어른들은 자신 있게 아멘을 외쳤다. 그러나 모태신앙을 가진 아이들이 말하는 가정의 실상은 겉과 속이 다른 찐빵 같았다. 겉은  없이 희고 깨끗한데 속은 새까매서 아이들 대다수가 부모나 교회를 한심하게 여겼다.


  역시 모태신앙이라는 의미 없는 훈장을 달고 태어났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모두가 양면성을 갖고 산다. 죄를 저질러도 회개하면 된다는 교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자식에게만큼은 신앙의 이중성을 보여서는  된다고 생각한다. 모태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종교를 버리고 교회를 떠나는 것을 정말 많이 봤다. 자식이 종교를 버리게 만든 원흉인 두 얼굴의 부모들은 여전히 주일마다 아멘을 외치고 있을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붙어있던 모태신앙의 이름표를 미련 없이 버리는 자녀들. 훈장이라고 붙여놓은  이름은 정작 아이들에게는 낙인일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빼앗는 모태신앙이라는 관습은 대체 언제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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