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by 김태민

친구와 집 앞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도착해서 메뉴를 고르는데 벨이 울렸다. 10분 정도 늦는다는 전화였다. 아보카도가 들어간 스타벅스 시즌 음료와 콜드브루를 주문하고 친구를 기다렸다. 햇볕이 내리쬐는 자리를 피해 앉아서 책을 읽었다. 가쿠타 미쓰요가 쓴 <무심하게 산다>는 순전히 제목이 맘에 들어서 고른 책이었다. 표지가 눈에 들어오거나 인상적인 제목을 보고 책을 자주 고른다. 느긋하게 몇 장 읽다 보니 친구가 나타났다.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면서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늦었다고 이야기했다. 친구는 집을 보러 여기저기 다니느라 타이어가 더 빨리 마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한 가지 이미지를 떠올렸다. SUV차량에 달린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지름이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타이어 표면은 마찰로 인해 조금씩 깎여나간다. 주행거리가 늘어날수록 마모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 날씨나 도로상태 그리고 주행습관 같은 여러 원인이 마모를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타이어가 많이 달았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마찰로 인해 마모된 타이어 조각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스팔트 노면과 맞닿은 타이어 표면은 차가 달릴 때마다 마찰에 의해 갈려나간다. 미세한 크기의 조각으로 찢겨나간다. 타이어 조각은 도로 위에 남아있다 오고 가는 차들에 의해 더 작은 크기로 분해되어 먼지가 된다.


그렇게 먼지 크기로 잘게 부서진 타이어 조각은 분진과 매연에 뒤섞여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도로 주변의 건물과 주거구역으로 천천히 퍼지다 바람을 만나면 먼 곳까지 흘러간다.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 아픈 사람들이 찾는 병원, 맑은 공기를 자랑하는 깊은 숲 속까지 날아간다. 숨을 쉴 때마다 잘게 조각난 타이어를 산소와 함께 흡입한다. 도로 주변을 지날 때는 제법 많은 타이어 조각을 마시게 된다.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도로가 놓여있고 그 위로 365일 24시간 차가 다닌다. 차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사람들은 타이어 조각을 먹고 산다. 어쩌면 우리들은 상상이상으로 많은 타이어를 먹고 마시고 있는 게 아닐까?


세상에는 모르는 편이 나은 진실이 존재한다. 문명의 편리한 기술들은 대부분 필연적으로 오염을 수반한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은 이미 심각한 오염 속에서 살고 있다. 타이어를 먹고 배기가스를 마시고 미세먼지로 샤워를 한다. 매일 같이 매연을 맞고 사는 가로수의 잎 속에서 중금속이 검출된다고 한다. 사람들 몸속에도 비슷한 오염물질이 가득할 것이다. 지금까지 흡입한 타이어 조각들이 깨끗하게 몸 밖으로 빠져나갈 것 같지는 않다. 도시에 사는 한 앞으로 더 많은 타이어 조각들을 먹고 마시게 될 것 같다. 내연기관 시대가 끝나고 전기차 세상이 와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것들이 언제나 인간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살해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