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글을 쓰는데 계속해서 손톱이 신경 쓰였다. 여름은 유난히 손톱이 빨리 자라는 계절이다. 바짝 깎은 손톱이 자라 새하얀 경계선을 만들어냈다. 유심히 살펴보니 열손가락 끝에는 전부 하얀 초승달이 걸려있었다. 당장이라도 손톱깎기를 들고 시원하게 잘라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손톱 하나 자르자고 일부러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점심식사를 겸하는 선약이 예정되어 있어서 참는 수밖에 없었다. 머리카락도 빨리 자라는 편이지만 손톱이 자라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더 빠르다. 시원하게 잘라내도 며칠만 지나면 손끝에 희끄무레하게 새로 손톱이 올라온다.
눈길이 닿은 김에 자세히 보니 엄지손톱이 약지보다 더 많이 자라 있었다. 분명 똑같이 잘랐는데 왜 다른 속도로 자라는지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의학정보를 게재한 한 페이지에 궁금증에 대한 해답이 적혀있었다. 자극을 많이 받는 손가락의 혈류 흐름이 왕성해져서 손톱이 더 빨리 자란다는 내용이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글을 쓰려고 이번 여름부터 노트북 대신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온종일 화면을 터치하며 글을 쓰다 보면 양손 엄지를 쉴틈이 없다. 지난 몇 주간 쓴 글의 양을 살펴보니 엄지손톱이 더 빨리 자란 이유를 납득할 수 있었다.
시간은 착실하게 흐른다. 너무 빠르지도 아주 느리지도 않게 조용하고 고요하게 흐른다. 몰라보게 자란 손톱을 볼 때마다 어느새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동안 내 양손에는 여러 개의 하얀 달이 떴다. 가느다란 손톱달을 하나 둘 깎아낼 때면 흘러간 날들을 가늠해 보게 된다. 손톱을 자르는 일은 흘러간 시간을 세는 일이다. 읽고 쓰는 일에 집중했던 여름 내내 손톱달은 몇 번이나 뜨고 지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내 몸에 남긴 성실한 기록을 때가 되면 알아서 잘라낸다. 손톱을 깎는 일은 조금 번거롭지만 한편으로는 소중함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손가락 위에 꼬박꼬박 남는 시간의 흔적은 한정된 삶의 소중함을 말해준다. 손톱 위에 하얗게 드러난 간격은 내가 사용한 시간을 나타낸다. 손톱을 몇 번 자르고 나면 한 달이 금세 지나간다. 바짝 깎은 손톱을 바라보면서 조금 더 착실하게 살아보자는 다짐을 한다. 다시 하얀 달이 손끝에 맺힐 때까지 일상에 집중하고 목표에 정진할 것을 자신과 약속한다. 올여름은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동안에도 하루도 쉬지 않았다. 이제 후련한 마음으로 그동안 자란 손톱을 잘라내야겠다. 집에 가면 익숙한 손놀림으로 손 끝에 달린 달을 하나씩 베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