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의미

편리함보다 소중한 불편함

by 김태민

추운 겨울날의 외출준비를 다 마치면 꼭 지도어플리케이션을 켜서 타야할 버스가 언제 올지 확인한다. 그리고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계산해서 버스 도착 시간이 5분 정도 남았을 때 나는 집을 나선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정류장에 도착하면 기다림 없이 바로 버스를 탈 수 있다. 이제는 익숙해서 특별할 것 없는 습관이지만 그럼에도 찬바람이 쌩쌩 부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이면 버스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의 편리함을 새삼스레 실감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생활은 정말 많은 면에서 크게 변화했다. 핸드폰을 이용해서 전화만 하던 시대가 있었다고 말하면 지금의 어린 아이들은 그 말을 믿을까? 손 안의 핸드폰 하나 만으로 물건을 사고 호텔을 예약하고 렌터카를 빌리고 처음 가는 초행길도 안내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첨단 기술이라는 말로 불리던 것들이 이제 일상의 형태로 자리 잡아 편리함에서 당연함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겨울이면 늘 버스를 기다리느라 정류장에서 찬바람을 맞았던 중학생 시절을 보낸 나는 아직도 가끔씩 기술의 발전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과 비교해보면 불편하고 번거로웠던 지난날이 이따금씩 그리워지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신기한 일이다. 버스를 기다리느라 찬바람을 맞았던 겨울의 등굣길이나 길을 몰라 10분 거리를 1시간 동안 헤맸던 친구들과의 여행. 그리고 할인을 받으려고 잡지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쿠폰을 잘라서 보관했던 일 등은 불편함이 아니라 추억의 이름표를 달고서 기억 속에 남아있다. 수고롭고 때론 궁상맞았지만 지난 시절의 불편했던 모든 일들은 전부 재미있었다. 함께 하는 사람이 있었고 누군가와 엮인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딸려있었다. 지금은 손 안의 핸드폰 하나면 길을 찾는 불편함도 할인을 받으려 쿠폰을 모으는 수고로움도 없다. 과거와 비교하면 너무나 편리해진 일상이지만 그 편리함이 행복이 될 수는 없다.

학생이었던 나와 친구들은 어른에서 사회인이 되었고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감수하기보다는 효율성을 따지는 사람들이 되었다. 자주 보던 얼굴들을 만나기 위해선 따로 약속을 잡아야하고 장소를 선택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손가락 하나면 정말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손가락만 두드려가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근황을 사진으로 확인한다. 디지털과 스마트라는 단어가 물건에서 벗어나 생활로 옮겨오면서 우리들도 효율성과 효과성을 중요시하는 어떤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불편하고 궁상맞았던 아날로그 시절이 지금과 달리 추억과 행복이라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은 그때는 '우리'라는 이름으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