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마무리하고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을 점심으로 먹었다. 잠깐 짬을 내서 뉴스를 보는데 흥미로운 기사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양귀비 씨가 들어간 베이글이 미국의 식단에서 퇴출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는 양귀비 씨앗은 유통이 금지되어 있지만 해외에서는 식재료로 통용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양귀비 씨가 듬뿍 뿌려져 있는 베이글이 종종 나온다. 먹어본 적이 없어서 볼 때마다 맛이 궁금했다. 해외를 나가지 않는 이상 먹을 기회는 없겠지만 뉴스를 보니 더 궁금해졌다. 이마트에서 사 온 블루베리 베이글을 먹고 나서 기사를 읽고 있자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좋아하는 메뉴가 사라진다는 뉴스는 누군가에게는 충격일 수도 있다.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는 식사용 빵은 많겠지만 실망감은 작지 않을 것이다.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주문할 때를 떠올려본다. 좋아하는 빵이 매진되면 실망하게 된다. 취향 앞에서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입맛에 있어서 1등과 2등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법이다. 호밀이나 참깨를 넣은 베이글도 베이글이지만 양귀비 씨앗의 풍미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먹어본 적 없는 식재료지만 단언할 수 있다. 기본에 가까운 음식일수록 작은 차이가 인상을 좌우한다. 나에게 콩밥이랑 팥밥은 아예 다은 음식이다. 맵쌀밥이랑 찹쌀밥처럼 하늘과 땅의 차이가 존재한다.
입맛은 타협할 수 없는 일종의 고집이다.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 한 사람의 입맛이 크게 바뀌는 일은 없다. 고집의 다른 말은 취향이다. 입맛은 취향 중에서도 가장 개성이 강한 편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한 수 접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입맛에 반하는 선택을 내리는 일은 없다. 맛없는 음식은 나이가 들어도 싫고 좋아하는 음식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음식이 주는 만족감은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성격이 강하다. 미각을 통해서 뇌로 퍼져나가는 자극은 빠르게 행복의 도파민을 뿜어낸다. 입맛은 일상의 행복이라고 바꿔 불러도 문제가 없다. 고작 빵 하나일 뿐이지만 누군가는 적지 않은 행복감을 잃어버렸다고 느낄 수도 있다. 흰 밥만 먹는 사람이 당장 내일부터 현미밥만 먹어야 되는 입장에 놓인다면 제법 괴로울 것이다.
식재료의 사용에 관해서 한국보다 너그러운 편인 미국에서 나온 뜻밖의 조치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양귀비 씨앗이 소화되는 과정에서 모르핀과 코데인 같은 마약성분을 생성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의 취향도 결국 대의 앞에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 실제로 마약성분이 검출되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불만을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 같다. 마약문제는 예외가 없다. 대안으로 양파베이글이나 블루베리베이글을 먹게 될 장병들의 불만 가득한 표정이 그려진다. 물론 뭐든 잘 먹는 사람이라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내가 입맛이 까다로운 편이라 그런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역시 제일 공감하기 좋은 화제는 음식이야기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