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세 번 졸업한 남자

by 김태민

교권과 관련한 이슈는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득 교원자격을 취득하고 정작 다른 길을 간 아는 형이 생각났다. 몇 년 전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갔다가 거의 10년 만에 그 형을 만났다. 장학금 받으면서 고려대를 다녔던 형은 CEO를 목표로 하던 사람이었다. 졸업 전에 대기업에서 합격통보를 받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 형을 훈련장에서 군복을 입고 재회할 줄은 몰랐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라고 말할 만큼 10년은 긴 시간이다. 회사에서 관리자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입에서 나온 근황은 의외였다. 형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교원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늦은 나이에 시험을 봐서 4년제 사범대에 입학했던 것이다. 공부머리를 타고난 사람만 할 수 있는 결정 같았다.


기업경영을 목표로 했던 사람이 교직을 희망하게 된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형은 봉사활동으로 과외를 하면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이 자신에게 어울린다고 확신했다. 가르치는 아이들마다 성적이 쑥쑥 올라서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 역시 전공과 전혀 다른 길을 택해서인지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성적이나 전공보다 성취감과 만족감이 더 확실하게 진로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본인의 강점을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길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도전하고 싶어 진다. 아마 대기업을 박차고 나오면서도 전혀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을 때 나 역시 그랬다. 훈련을 마치고 이야기를 좀 더 나누다 헤어지면서 우리는 서로 건승을 기원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우리는 또다시 우연히 만났다. 이번에는 예비군이 아니라 민방위였다. 시청각교육이 끝나고 쉬는데 어디서 본 얼굴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름을 부르고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악수를 나눈 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들 시험기간이라 바쁘지 않냐는 물음에 형은 교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교육공무원은 인기가 높은 데다 경쟁률도 치열했다. 나는 그만둔 이유를 넌지시 물어봤다. 조금 쓸쓸하게 웃으면서 형은 좋아하고 보람 있는 일이 직업이 되면 재미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유럽으로 유학을 간다면서 훈련도 이제 마지막이라며 웃었다. 무려 대학을 3번째 가는 것이었다. 석박사도 아니고 학사를 3번 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훈련이 끝나고 짧은 덕담을 주고받으며 헤어졌다. 올초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그 형의 근황을 들었다. 영국의 대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해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대학을 세 번 졸업하고 다시 회사원이 된 사정이 궁금했지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결과를 떠나서 남다른 경험은 분명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었을 것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언제가 성공한다.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성과를 낸다. 모든 결정과 선택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생의 목적지는 저마다 다르다. 목표도 제각각이고 도달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있지만 삶은 원래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법이다. 자신의 앞날도 모르는데 다른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변할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늘 그랬던 것처럼 건승을 기원하면서 나는 궁금증을 던져버렸다. 대학을 세 번 가는 용기를 갖고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든 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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