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와 경제지표 그리고 실물경기가 모두 따로 노는 이상한 불경기다. 임금은 늘 제자리걸음이지만 물가와 유가 그리고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불경기의 풍경은 매번 비슷하다. 마트에 갈 때마다 특가코너에 있는 제품부터 확인하게 된다. 중고장터에는 무턱대고 샀던 명품시계나 가방이 헐값에 올라온다. 중고차 시장에는 외제차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거리에는 임대안내문이 붙어있는 빈 점포들이 즐비하다. 술집도 옷가게도 폐업하는 불경기. 오직 즉석사진을 촬영하는 무인점포만 늘어나고 있다. 전국 어디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불경기 전후로 사진과 관련된 유행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IMF 때는 스티커사진이 큰 인기였고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에 DSLR 카메라가 크게 유행했다. 코로나 이후 시작된 즉석사진 붐도 비슷하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늘 감성소비가 증가한다. 사진은 실물로 추억을 담는다. 사람들과 모여 행복한 순간을 기록했다는 만족감이 값을 지불하는 요인이 된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과는 느낌이 다르다. 실물 사진은 감성을 물리적인 형태로 소유하는 즐거움을 준다. 물질에 대한 소유욕구를 정서적인 만족감으로 대신한다. 과감한 구매활동이 제한되는 불경기는 소박한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가 성행한다.
음식점을 봐도 알 수 있다. 불경기에는 육류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대패삼겹살이 MF시기에 등장했고 서브프라임 전후로 고기뷔페가 폭증했다. 미중무역전쟁으로 경제적 불안이 고조되던 2010년대 후반에는 9900원 무한리필집과 연어무한리필이 인기였다. 최근 육류소비 트렌드의 중심은 돈까스다. 생산비용증가로 인해 무한리필전문점은 대부분 사라졌다. 다양한 스타일의 돈까스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와 개인점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돈까스는 저렴한 가격으로 육류를 섭취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동시에 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현실적인 메뉴다. 버블시기에 난립하는 고급화소비의 산물인 오마카세는 이미 자취를 감췄다.
지출을 줄이려는 시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커피오마카세와 프리미엄카페는 사라지고 메가커피가 전국을 통일했다. 배달비를 줄이려고 포장해서 직접 가져가고 제휴할인혜택이 큰 메뉴를 선택하는 이들이 증가했다. 고유가시대에는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역시 늘어난다. 시대는 늘 반복된다. 웰빙이 지나고 힐링이 찾아왔다가 욜로가 득세했다. 늘 새롭다고 말하지만 언제나 반복일 뿐이다. 포장만 바꿨을 뿐 욕망이라는 내용물은 그대로다. 버블은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부풀어 오른다. 정점에서 모두 부자가 되는 엔딩은 없다. 터지고 나면 잃은 것을 세느라 마음만 아프다. 또다시 찾아온 불경기. 크든 작든 손실을 안고 있는 사람들을 달래주는 것은 작은 소비다. 소비는 사회를 반영하는 가장 선명한 거울이다. 아마도 인간 욕망을 제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