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을 사람을 만든다. 말보다 행동이 사람을 더 확실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 점에서 독서와 산책은 나의 가장 오래된 습관이다. 두 가지 습관은 내게 있어서 창작의 원천이다. 책 읽기는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 간의 관계나 감정에 이입해서 상황을 다채롭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서적은 화자의 입장과 주장에 반박하고 동조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독서는 여러 가지 관점을 활용하는 능동적인 지적유희다.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고 매일 반복해도 늘 새롭다. 그러나 정작 참신한 생각과 번뜩이는 영감은 주로 산책을 하면서 얻는다. 독서가 즐거운 놀이라면 산책은 창작의 원동력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아이디어는 길 위에서 발견한다. 앉아서 참신한 생각을 떠올리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머리를 굴려서 얻는 것은 늘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두 발로 하는 것이다. 걷다 보면 엉켜있던 실마리가 풀리고 산책하면서 복잡한 퍼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영감은 머리가 아니라 두 다리에서 나온다. 산책은 머리가 내놓은 미완성의 답안지를 완성하는 작업이다. 무거운 엉덩이는 집중력을 만들어내지만 창의력은 튼튼한 다리가 결정한다. 혁신적인 생각은 늘 걸으면서 나온다. 한 손에 스마트폰 메모장을 띄워놓고 느린 발걸음으로 돌아다닌다. 아침 일찍 하천을 따라 걷기도 하고 산길을 오르기도 한다. 3,40분 거리의 옆동네까지 다녀올 때도 있다.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늘 새롭게 느껴진다. 산책을 하면서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보는 능력을 갖게 된 것 같다.
평범한 것은 새롭게 보고 익숙한 것은 색다르게 살펴본다.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동네의 흔한 골목길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같은 길을 걸어도 내 기분과 감정에 따라 풍경의 온도는 달라진다. 계절과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고 사람의 마음과 기분도 순간순간 달라진다. 그때마다 새로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기록한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메모는 글감과 그림의 주제가 되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하는 것이 더 큰 영감을 준다. 답은 언제나 길 위에 있다. 차분함 마음으로 걸어보면 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걱정이나 불안은 오래 걷다 보면 사라졌다. 앞으로 나아가면 그림자는 저 멀리 뒤로 자취를 감춘다. 산책은 조용하지만 늘 극적인 깨달음을 동반했다.
가을은 산책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물기를 머금은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금세 행복해진다.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삶의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되면서 매일 아침마다 집 앞 공원을 산책을 하고 있다. 걸으면서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부지런하게 메모한다. 글도 그림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고민도 걱정도 여기서부터 해결한다. 문제 속에 늘 답이 있다. 조금만 다르게 보고 살짝 비틀어보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변화는 언제나 길 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머리가 아니라 다리로 생각하는 법이 내 삶을 크게 바꿨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