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와 글짓기

by 김태민

봄부터 여름까지 도서관과 카페를 작업실 삼아 줄곧 에세이를 썼다. 정신없이 쓰다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출간용으로 편집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책을 내고 느긋한 마음으로 초가을을 즐기려던 계획은 완전히 틀어져버렸다. 완성한 글이라도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이상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그럴 때면 다시 글을 수정하고 문장을 다듬는 유지보수 작업을 해줘야 한다. 꼭 집을 수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와 집 짓기는 사실 공통점이 많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집을 짓는 것과 글을 짓는 과정은 여러모로 닮았다. 글이나 집이나 모두 짓는다는 타동사를 사용한다.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유사하다.


글의 주제는 건물의 용도다. 그리고 주제를 품고 있는 글감은 설계 원칙이 된다. 자연스럽게 글의 방향성은 설계도가 된다. 글감과 주제 그리고 방향성이 정해지면 터를 닦는다. 공사시작 전에 지반을 다지듯이 글을 쓰기 전에 작품의 전개방식을 선정한다. 언어가 품은 온도와 어조를 설정하고 분위기를 만든다. 화단이나 정원 같은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작업과 비슷하다.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고 하나씩 이어 붙인다. 골재를 섞고 콘크리트를 타설 하는 과정이다.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여러 번 수정하면서 다듬어준다. 표현법과 알맞은 어휘를 골라서 글의 인상을 결정하면 외관까지 마무리된다. 건물은 완공하고 나서 시공과정을 평가하고 안전점검을 한다. 마찬가지로 글도 퇴고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집을 짓는 건축가와 글을 짓는 작가는 닮았다. 이름을 걸고 만들고 유지보수를 끝까지 책임지는 것도 비슷하다. 결과물이 평가받는다는 점 역시 똑같다. 가장 큰 특징은 집도 글도 자기 손으로 만들지만 혜택은 타인의 몫이라는 점이다. 글은 작가가 짓지만 읽고 감동받는 것은 독자다. 건축가는 건물을 짓지만 혜택은 거주민과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작가와 건축가는 본인의 작품을 접하는 이들을 위한 책임감이 필수다. 그러다 보면 작업의 완성도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주기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면서 오점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확인한다. 수정해야 한다면 책임을 지고 인정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실수를 받아들이는 겸허한 자세를 배우게 된다.


글은 말보다 실수가 적은 편이지만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점은 똑같다. 입을 떠난 순간 말을 되돌릴 수 없듯이 글도 출간되는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글을 쓸 때보다 퇴고할 때 더 신경 쓰는 습관이 생겼다. 완성하고 난 후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을 교정한다. 책임감을 제대로 발휘하지 않으면 애써 공들여 지은 글을 망치게 된다. 마지막까지 방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집을 짓는 일과 글짓기는 참 많이 닮았다. 예상은 늘 빗나간다. 출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려던 내 목표는 욕심이었다. 계획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번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나씩 고쳐나가면서 완성에 가까워지는 것이 계획의 본질이다. 글도 똑같다. 단 번에 쉽게 쓴 글은 늘 후회를 부른다. 정직하게 쓰고 복기하는 피곤한 글쓰기를 앞으로도 계속해야겠다. 예상이 빗나갈 때마다 계획을 수정하면서 끝까지 완성하는 끈기를 배운다. 삶도 글짓기와 비슷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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