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속에 답이 있다

by 김태민

연휴 동안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책은 유키 하루오가 쓴 추리소설 <방주>였다. 고립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른 작품은 늘 흥미롭다. 초중반부는 지루했다. 흔한 클로즈드 서클물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이나 미스터리물을 워낙 많이 본 탓인지 이번에도 읽으면서 범인을 맞춰버렸다. 인물관계나 묘사가 묘하게 클리셰처럼 느껴졌고 예감은 적중했다. 범행동기를 설명하는 장면만이라도 참신하기를 기대했던 나는 결말 부분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반전의 충격을 설명할만한 마땅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책 곳곳에 남아있는 복선을 떠올려보면서 작가의 치밀한 설계와 고정관념을 뒤트는 기교에 감탄했다. 아무렇지 않게 읽고 넘어간 문장 속에 복선이 숨어있었다. 추리소설에는 절대적인 법칙이 두 가지 존재한다. 범인은 반드시 등장인물 혹은 작품 속에서 언급된 인물이라는 점 그리고 단서가 모두 책 속에 들어있다는 점이다. 늘 문제 속에 답이 들어 있다. 작가는 독자가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복선을 함정과 교묘하게 섞어서 배치한다. 문제풀이의 핵심이 되는 정보는 치밀하게 위장한다. 등장인물 간의 대화나 배경설명을 읽다 무심코 지나치게 만든다. 소설의 결말과 반전을 쥐고 있는 열쇠는 늘 평범한 문장 속에 숨어있다. 나뭇잎을 숲 속에 숨기듯 생각 없이 글을 읽다 보면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사소한 대화나 의미 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결말 부분과 이어진다. 완성도 높은 추리소설은 촘촘하게 짠 원단과 같다. 빈틈이 없고 낭비도 없다. 복선과 트릭 그리고 반전과 결말까지 어긋난 부분 없이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다. 작품의 완성도는 독자에게 몰입의 경험을 선사한다. 문학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소설이라는 세계에 현실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말 부분의 충격은 강렬할 수밖에 없다. 정답이 소설 속에 퍼즐처럼 흩어져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충격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무심하게 지나친 장면은 복선이 되고 눈길을 끌지 않는 흔한 묘사 속에 반전이 숨어있다.


추리소설은 문제 속에 답이 들어있는 수수께끼다. 사실 수수께끼의 문제와 답은 애초에 한 몸이나 다름없다. 정답을 알고 나면 수수께끼 자체가 정답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생도 똑같다. 살면서 겪는 수많은 문제들은 사실 그 속에 답을 품고 있다. 해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복선과 단서는 모두 지나온 삶의 행적에 기록되어 있다. 제대로 마음먹고 탐색하면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문제는 언제나 답을 품고 있다. 답은 문제와 늘 한 몸이다. 내가 원인이라면 해답도 내 안에 있다. 내가 만든 문제는 내 손으로 모두 풀 수 있다. 결말은 늘 작가의 몫이다. 추리소설의 법칙은 인생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산책하면서 두 발로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