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다. 갓 구운 붕어빵을 들고 있는 손이 보였다. 퇴근길에 붕어빵을 산 친구는 즐거워 보였다. 먹음직스러운 빛깔의 붕어빵을 보자마자 갑자기 호떡이 생각났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음식들이 있다. 창문 너머로 불어온 차가운 바람 때문이었을까? 호떡을 사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문득 공원 입구에 서 있는 호떡트럭이 떠올랐다. 지갑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다. 부푼 기대감이 발걸음을 재촉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공원 입구에 도착했지만 호떡트럭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장사를 접은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다 시선이 한 곳에 멈췄다. 까만 저녁 하늘 한편에 낮게 보름달이 걸려있었다. 누가 몰래 켜놓은 환한 등불처럼 새하얀 달빛이 그림처럼 고왔다. 공원을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보름달 아래 펼쳐진 여유로운 풍경을 보고 있는 동안 호떡트럭을 놓친 실망감은 사라졌다. 산책로를 도는 행렬을 따라 느린 걸음으로 공원을 몇 바퀴 돌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머리 위로 하얀 별이 몇 개 보였다. 소금알갱이처럼 작은 별빛이 바람에 흔들리며 일렁였다. 그 모습이 예뻐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떡을 놓쳤지만 기분이 좋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렀다. 카운터 앞에 60% 세일이라는 문구가 붙은 식빵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850원에 식빵 한 봉지를 샀다. 냉장고에 있는 슬라이스 햄과 체다치즈를 꺼내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반숙 계란프라이까지 곁들여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호떡을 사러 나갔다 실패하고 식빵을 사서 돌아왔지만 어쨌든 기분 좋은 저녁식사를 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불행과 행운은 한 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떡트럭을 놓쳤기 때문에 공원을 산책하고 마트에 갈 수 있었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더 가다 보니 행운을 만났다. 불행과 행운은 이어져있다.
생각해 보면 아주 좋은 일도 없고 아주 나쁜 일도 없다. 불운이 전화위복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행운이 자만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작은 일로 맘이 상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작은 행복을 발견하면서 기분을 전환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는 밖으로 나와서 공원을 걷는다. 가슴이 갑갑할 때는 하늘을 보면 한결 나아진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것도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이다. 안 좋은 마음을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을 필요는 없다. 기분이나 상황은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달라진다.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 작은 기쁨을 발견하는 태도야말로 행복과 불행을 조절하는 스위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