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by 김태민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꼽는다면 역시 무화과다. 무화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대부분의 과일의 맛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달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 과일일수록 그런 편이다. 그러나 무화과는 온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차갑게 먹어도 맛있지만 상온에 두고 먹어도 매력이 반감되지 않는다. 무화과는 달콤한 과일이지만 달달한 향은 거의 없는 편이다. 한 입 베어 물면 난초나 수선화과 식물 비슷한 향이 난다. 부드러운 과육을 씹을 때마다 단맛과 한께 은은한 향기가 퍼지는 느낌이 좋다. 무화과는 열매 속에 꽃이 들어있다. 연한 분홍빛을 띠는 달콤한 과육이 무화과나무의 꽃이다.


무화과를 먹을 때마다 맛있는 꽃을 먹는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무화과는 세상에서 가장 맛 좋은 꽃이다. 대부분의 식용꽃은 보는 즐거움은 있지만 맛은 특별하지 않은 편이다. 얇은 꽃잎이 주는 식감도 별로인 데다 음식과 향이 잘 어우러지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눈으로 즐긴다는 점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다. 반면에 무화과는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최고의 꽃이다. 겉모습은 작고 매끈한 양파나 구근을 닮았지만 반으로 갈라 보면 드러나는 선홍빛이 참 곱다. 달콤한 맛과 아름다움은 빛깔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이다. 예쁘고 맛있는 꽃. 이만하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식물이다.


무화과는 꽃이지만 향기가 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색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무화과의 고운 빛과 달콤한 향기는 내면에 들어있다. 겉모습만으로 무화과가 품고 있는 진짜 매력을 알 수는 없다. 속을 들여다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외모나 행색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외견은 단편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겉모습으로 드러나는 것도 많지만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눈은 보라고 있는 것이지 판단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은 내면에 있다. 인격에 담긴 품격과 아름다운 인간미는 외모로 드러나지 않는다.


꽃처럼 고운 얼굴을 하고 뱀처럼 차가운 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다. 화려한 꽃봉오리 아래 유약하고 초라한 뿌리를 숨기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람은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면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가치나 등급으로 나타낼 수 있는 평가 역시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서로의 내면을 마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화과를 열어보기 전에는 맛과 향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의 문을 열어봐야만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는 시처럼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만날 때 사람은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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