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텔라 초밥

by 김태민

동네 빵집에서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사 왔다. 홍차와 곁들여 먹다 보니 정말 뜬금없이 카스텔라 초밥이 떠올랐다.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가 인상적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2010년대 초반에 연남동 골목에서 처음 접했던 카스텔라 초밥. 가게 입구에는 밥 위에 카스텔라를 올린 꼭 합성처럼 보이는 사진이 붙어있었다. 왜 빵을 단촛물로 밑간을 한 밥이랑 같이 먹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디저트라고 보기에도 수상하고 빵과 초밥이 한 몸이 된 조합 역시 이상했다. 나는 친한 일본인 동생에게 음식의 정체를 물어봤다. 그녀는 카스텔라로 보이는 것은 사실 계란말이라고 말했다. 새우와 마를 갈아 넣은 부드러운 계란말이를 올린 초밥이 카스텔라 초밥의 정체였다.


부드러운 식감과 노란 빛깔을 카스텔라에 빗대어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의문은 풀렸다. 먹어본 적이 없다 보니 맛이 궁금했다. 인터넷에는 평범한 계란초밥보다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맛은 궁금했지만 꼭 먹어야겠다는 간절함은 없었다. 연남동을 자주 돌아다녔지만 정작 카스텔라 초밥을 사 먹는 일은 없었다. 몇 년 후에 먹어볼 기회가 생겼는데 맛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계란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맛이었다. 곱게 간 새우와 마를 첨가 해서 확실히 흔한 계란말이 초밥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했다. 그러나 은연중에 나는 카스텔라 맛이 느껴지기를 기대했다. 이름과 생김새에서 오는 인상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름이 맛을 상상하게 만드는 음식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미지가 만드는 환상이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늘 기대감은 실망으로 이어지는 편이다. 처음은 아마 멜론빵이었던 것 같다. 이화여대 후문 쪽에 멜론빵을 파는 제과점이 있었다. 멜론맛 크림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사서 먹었는데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실망했다. 겉에 멜론껍질 모양의 격자무늬를 넣은 빵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생각 이상으로 허탈했다. 나중에 사과빵을 먹었을 때도 비슷했다. 사과빵은 모양까지 정말 사과를 꼭 닮았다. 달고 상큼한 맛을 기대했지만 식감이 생각과 많이 달랐다. 조금 질긴 느낌의 빵이 내 취향에 맞지 않았다.


속인 사람도 없고 내가 속은 것도 아니지만 기대를 벗어나면 실망감이 따라온다. 비슷한 일을 여러 번 겪으면서 괜한 기대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음식의 맛은 어차피 입에 넣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맛을 상상하는 재미가 주는 즐거움도 좋지만 실망했을 때의 허탈함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음식을 접하게 되면 정보를 충분히 찾아보게 된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 나만의 의식이다. 재료와 조리법을 찾아보고 후기도 참고해서 각오를 하고 음식을 받아들인다. 물론 그래도 실패할 때가 많다. 예상은 원래 자주 빗나가는 법이다. 사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나가사키 카스텔라였지만 바닥에 얼음설탕이 박혀 있지 않았다. 제대로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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