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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09. 2023

지금 당신이 힘든 것은 정상이다

삶은 성공보다 실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글을 쓰다 종종 느끼는 사실은 글이 잘 써지는 날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맘먹은 대로 글이 술술 나오는 날은 없다. 물론 쉽게 글을 완성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꼭 퇴고하느라 고생을 한다. 한 문단이 아니라 한 줄을 쓰느라 끙끙거릴 때도 많다. 모처럼 얻은 영감과 참신한 글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서 답답할 때도 있다. 언제나 힘들게 쓴다.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글이 뚝딱하고 나오면 좋겠지만 그런 날은 드물다. 정말 가끔 순식간에 글 한 편이 나올 때가 있다. 그때는 그냥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든 똑같다. 별 탈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는 살면서 성공보다 실패를 훨씬 더 많이 경험한다. 성취가 주는 짜릿함보다 패배한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살다 보면 이길 때보다 질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고 다음을 기약하며 부푼 마음을 조용히 접는다. 살면서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적은 몇 번이나 있을까? 간절하게 바라던 것을 쟁취한 기억은 얼마나 될까? 사람들의 삶은 실패와 실망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삶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성공은 적고 실패는 흔한 것이 인생이다.


 뭘 해도 잘 풀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 2회 차를 살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들이 책이나 강연에 나와서 말하는 성공의 비법은 늘 간단하다. 실패하면 한 번 더 도전하는 것이다. 모두가 잘 아는 상식이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다. 성공한 이들은 몇 번이 아니라 될 때까지 계속 시도했기 때문이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은 흔하지만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지속하는 사람은 드물다. 누구나 꿈을 좇다 보면 언젠가는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나 타협을 거부하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다. 마음가짐이 다르므로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안다. 성공은 적고 실패가 흔하다면 실패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시도해 보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끈기나 근성 그리고 열정 같은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보면 성공의 본질은 무수한 실패를 체험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계속해서 실패하는 것. 이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단련하면서 다음번 실패를 견디는 힘을 얻는 것. 정말 단순하지만 이것이 성공의 본질이다. 거의 모든 자기 개발서의 가르침은 이러한 본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은 본질을 자각하고 믿고 실천한 사람들이다. 성공은 목표가 아니라 목적지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옳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면 늦고 빠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면 그만이다.


 계속해서 도전하면 된다는 사실은 알지만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모든 사람들이 살면서 도전을 한다. 그러나 도전에 성공하는 사람은 적다. 위험을 무릅쓰고 목표를 달성하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노력을 하다 보면 누구나 지칠 때가 온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도전을 계속할 만큼 여유로운 체력과 재력이 없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쯤 슬슬 합리화에 기대기 시작한다. 현실이라는 단어가 눈에 아른거리면 꿈은 한때의 치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저 편으로 밀려난다. 계속해서 실패하다 보면 주변 사람이 아니라 내 마음이 제일 먼저 꺾여버린다. 공부나 운동 그리고 사업과 창작 모두 마찬가지다. 간절함이 뜨거울수록 식을 때는 더 빨리 차가워진다.


 패배가 누적되고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나이가 무서워진다. 그 순간 용기의 등불이 순식간에 빛을 잃는다. 밀물처럼 몰려오는 두려움은 눈앞을 새까맣게 물들인다. 시간을 허비했다는 불안감과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밤의 그림자처럼 길게 따라붙는다. 목적지가 더욱 멀어 보이기 시작하고 의욕과 동기를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가슴에 열정이 있던 자리를 열패감이 차지하고 나면 현실이라는 단어를 이길 수 없다. 완주를 포기하고 경기를 중단하더라도 낙오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길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삶이다. 열패감을 털어내고 남들보다 늦었다는 열등감을 이겨내면 괜찮다. 다만 도달하지 못한 목적지 너머에 빛나는 못다 이룬 꿈이 가끔 아른거린다.

 

 위험은 파도타기를 닮았다. 도전하는 동안에는 커다란 파도 위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러다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 망망대해 한가운데 떠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때 나아갈 길이 아니라 되돌아갈 길을 찾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번 공포를 느끼면 다시 파도를 타기 힘들다. 결국 많은 서퍼들이 파도에서 내려와서 해안가로 돌아간다. 겨우 몇 사람만 위험한 파도를 타고 더 먼바다로 나간다. 집채만 한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서퍼들은 물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바다를 겁내지 않는다. 포기하는 것이 무서울 뿐 파도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튼튼한 팔다리로 몇 번이고 헤엄쳐서 보드 위로 다시 올라온다. 차가운 비를 맞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만신창이가 돼도 계속해서 파도에 몸을 맡긴다.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될 때까지 쉬지 않고 파도를 탄다. 두렵지 않다면 도전은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결국 파도와 한 몸이 된다. 두려움이 사라지고 나면 인간은 목표와 하나가 된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과 꿈은 마침내 서로 닮는다. 해안가로 돌아온 사람들은 커다란 고래처럼 큰 파도를 타는 먼바다의 서퍼를 목격하게 된다. 동경과 존경 그리고 질투를 담아 바라보는 것이다. 찬란한 성공을 보고 나면 사람들에게 목격담을 늘어놓는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성공은 신화가 된다.


 살면서 한 번쯤은 성공한 서퍼의 신화를 목격하게 된다. 그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쫓았던 꿈과 간절했던 목표를 정말 오랜만에 꺼내보는 것이다. 그 순간 떠오르는 감정은 부끄러움 혹은 부러움이 아닐까. 삶은 짧고 후회는 길다. 인생 끄트머리에서 누구나 인간은 스스로의 여정을 합리화하게 된다고 한다. 눈을 감기 전에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합리화는 아주 먼 훗날에 해도 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계속해서 패배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성공은 도전과 실패 그 어디쯤에서 언젠가 발견하게 된다. 늦고 빠름은 있겠지만 없는 것은 아니다. 마음먹은 대로 뜻대로 되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 원래 사는 일이 다 그렇다. 그게 정상이다. 불확정성의 법칙이 지배하는 이 우주에서 확실함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삶이다.


 몇 번이나 쓰고 중단하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이 글을 완성했다. 삭제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삶도 글도 뜻대로 맘대로 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내면에 거대한 성을 쌓는 일이다. 단어와 문장을 하나씩 맞춰나가면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사는 것도 글을 쓰는 일과 참 많이 닮았다. 될 때까지 하다 보면 정말 뭐라도 나온다. 결과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작은 성취는 다음 도전으로 가는 단단한 디딤돌이 된다. 포기하고 한참 방황하다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 작심삼일도 계속하다 보면 일 년을 채운다. 삶은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끝까지 완주하는 마라톤이다. 계속해서 지속하다 보면 작은 변화가 나를 이끄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두려움은 단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올 때마다 쫓아내고 싸워서 이겨내는 것이다. 쓰다 버리려던 글을 완성한 것처럼 그만둔 꿈도 중단한 일도 시작하면 삶은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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