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무비

by 김태민

친구와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늦가을이 되어서야 영화관을 찾았다. 특별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 보니 좀처럼 갈 일이 없었다. 올해 개봉한 대작이 제법 많았지만 영화관을 찾아갈 만큼 구미가 당기는 작품은 없었다. 친구가 보자고 세 번이나 권유하지 않았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막상 나오면 기분은 좋다. 로비는 한산했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특히 스낵코너는 텅 비어있었다. 예전에는 팝콘을 주문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그런 풍경을 보기 어려워졌다. 2023년 올해 관객수 500만을 넘긴 영화는 단 네 편뿐이다. 한국 영화기준 흥행순위 5위가 200만도 채 되지 않는다. 시대가 확실히 변한 것 같다.


팝콘무비라는 말이 사라졌다. 저렴한 가격에 주말나들이로 선택했던 영화관 데이트는 다 옛말이다. 애매한 영화 한 편을 볼 값으로 OTT 서비스를 두 달가량 구독할 수 있다. 단순하게 가성비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들쭉날쭉한 영화시장의 완성도를 생각해 봐도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하는 쪽이 합리적이다.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면서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뉴스로 접했던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수익성 악화는 눈으로 봐야 비로소 실감이 난다. 로비에서 상영관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사용중지 상태였다. 사람들이 한창 붐벼야 할 주말 황금시간대에 파리만 날린 다는 말이 꼭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그래도 영화관에 온 이상 친구는 팝콘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결제하고 나서 최근 물가에 비해 팝콘 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은 것 같다고 의아해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코로나 전이랑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영화가격을 크게 인상하면서 나타날 심리적인 저항을 고려해서 팝콘 가격은 놔둔 것일까? 코로나 이전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 팝콘을 팔아서 막대한 이익을 냈다. 급감한 관객수로 인한 수익하락보다 팝콘을 팔지 못해서 큰 손해를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팝콘통을 끌어안고 상영관에 들어서니 왠지 모르게 설레었다. 여름에 개봉한 오펜하이머를 뒤늦게 봤는데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나름 볼만했다.


영화관 팝콘은 늘 냄새만 좋다. 달짝 치근 한 캐러멜 향은 좋지만 막상 먹으면 금방 물린다. 서너 개 집어먹고 나면 더 이상 손이 가질 않는다. 친구가 좋아해서 샀지만 친구도 절반쯤 먹고 포기해 버렸다. 먹다 남은 팝콘은 집에 가져갈 수도 없다. 먹을 때는 음식이지만 남으면 쓰레기가 된다. 팝콘통을 덮을 수 있는 뚜껑이나 덮개가 있으면 좋을 텐데 왜 만들지 않는 걸까? 포장문화가 상식으로 잡았음에도 영화관은 예외인 것 같다. 개선한다고 하면 환경비용이라는 이름으로 추가요금이나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 같다. 상영관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는 미안한 표정으로 출구에 서있는 직원에게 팝콘통을 건넸다. 쓰레기봉투가 잔뜩 들어있는 팝콘통을 봤다. 팝콘무비는 늘 끝이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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