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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27. 2023

유니클로와 무신사

 주말에 친구와 백화점에서 만나서 밥을 먹기로 했다. 아웃백을 가자는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매장 앞에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웃백은 추운 계절이 되면 유난히 더 붐비는 것 같다. 겨울이나 크리스마스와 큰 관련은 없지만 이상하게 연말이 되면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기 번호를 받았다. 30분쯤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옷을 보기로 했다. 왁스 재킷을 보려고 바버에 들렀다가 유니클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띠어리를 인수한 이후로 유니클로의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두 브랜드는 독립되어 있지만 스타일 면에서 유니클로를 보면 띠어리의 디자인 무드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FW시즌 라인에서 매년 출시하는 블록테크파카는 깔끔하면서 만듦새도 좋다. 르메르나 화이트마운티니어링 같은 콜라보 라인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가성비 브랜드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이 디자인이다. 도메스틱 브랜드나 대형유통업체의 PB상품은 유명 디자인을 카피할 수밖에 없다. 정식 라이선스를 들여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진다. 그런 점에서 유니클로의 강점은 브랜드 간의 협업을 통해서 획득하는 디자인 업그레이드다. 특히 아웃도어 라인의 디자인은 정말 일취월장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조짐이 보였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혁신적으로 진보했다. 일본의 불황을 토대로 성장했던 유니클로는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에서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전반적인 원가절감이 두드러지는 것은 사실이다. 램스울 니트는 얇아진 느낌이 들고 폴리에스터와 아크릴을 사용한 제품이 크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캐시미어와 울 소재의 옷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다. 코듀라나 나일론으로 만든 가방도 만듦새가 나쁘지 않다. 보세 브랜드에 비하면 훨씬 튼튼하고 박음질의 완성도 역시 높다. YKK 지퍼를 사용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아쉬웠던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유니클로는 SPA 브랜드의 제왕이 됐다. 소재와 가격 그리고 만듦새를 보면 이 가격이 맞나 싶을 때가 많다.


 양적인 성장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품질을 개선하는  데 공을 들이게 된다.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대명사인 H&M이나 ZARA는 그 점에서 실망스러웠다. 막대한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품질개선에 소극적이었다. 트렌디한 디자인은 강점이었지만 완성도나 소재는 늘 기대이하였다. 국내 브랜드 탑텐과 스파오도 마찬가지다. 노재팬과 코로나 시즌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품질은 아직 수준 이하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 친구랑 옷을 사러 가면 가격을 보고 들어가서 옷을 만져보고 도로 나오게 된다. 원단이나 박음질이 실망스러울 때가 적지 않았다.


 글로벌 패션 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완벽하게 달성한 회사는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유통망이나 생산량에서 유니클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곳도 존재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품질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조건을 만족시키는 브랜드는 현재까지는 유니클로뿐이다. 가성비의 완성형을 논한다면 유니클로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무신사 스탠다드나 탑텐이 유니클로를 앞지르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낮추거나 품질을 향상해야 한다. 둘 다 풀기 어려운 과제다. 매출면에서 탑텐이 1위로 올라섰지만 퀄리티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도메스틱 브랜드를 입점한 오픈마켓 플랫폼으로 성장한 무신사는 이제 SPA패션의 신흥강자가 됐다. 사실상 10년 전의 유니클로가 서있던 자리를 무신사가 가져갔다. 브랜드를 나타내는 일반명사면서 동시에 1,20대가 찾는 의류브랜드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수많은 SPA브랜드를 제치고 무신사가 해냈다. 물론 무신사냄새 같은 멸칭이 온라인상에서 돌았지만 매출은 꺾이지 않았다. 박수를 받으면 원래 미움도 함께 받는다. 다양한 스타일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무신사의 대체불가능한 강점이다. 그러나 영광과 별개로 전반적인 퀄리티가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들의 만듦새나 완성도는 편차가 너무 심하다.


 어느 순간부터 무신사는 IT기업 이미지에만 집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외형적 성장을 위해서 브랜드 관리나 제품 퀄리티를 신경 쓰지 않는 인상을 준다. 플랫폼으로서 무신사의 포지션은 압도적이다. 그러나 옷장사는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유니클로는 90년대나 지금이나 의류브랜드다. 비즈니스는 언제나 근본을 잊지 않는 쪽이 승리한다. 오픈마켓과 커뮤니티의 기능만 수행했던 과거의 무신사라면 문제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 SPA 브랜드를 운영하는 의류회사다. 옷은 가격과 품질로 그리고 디자인으로 경쟁해야 한다. 무신사가 유니클로를 상대로 완벽한 세대교체를 달성해   있을까? 아니면 그저 시장을 양분하는 것으로 끝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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