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KFC비스킷

by 김태민

KFC 앞을 지나다 비스킷이 돌아왔다는 광고지를 봤다. 90년대부터 줄곧 사랑받다 갑자기 사라졌던 비스킷. 사실 누가 봐도 스콘에 가깝지만 비스킷이라고 불렸던 재밌는 메뉴였다. 비스킷이 사라진 자리를 에그타르트가 대신했지만 둘은 서로를 대체할 수 없는 관계였다. 추억이란 이름을 달고 마케팅을 하는 것을 보면 역시 불황에는 복고가 먹힌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에는 영업부진으로 한국에서 철수했던 파파이스가 2년 만에 돌아왔다. 레트로는 이제 트렌드를 넘어서 이벤트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추억이 돈이 되는 불황의 시대다. 사라질 때는 야유를 받았지만 돌아오면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추억을 내세우면서 돌아온 상품의 만족도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음식은 특히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물가인상률의 영향으로 참가물을 비롯한 재료의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양이 적은 것을 감안해도 애초에 맛이 다르다. 기억 속의 맛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바로 실망하게 된다. KFC 매장에 들어가서 비스킷을 주문했다. 크기가 줄어들었지만 비주얼은 비슷했다. 10년 전에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버터를 가득 넣어서 풍미를 끌어올렸다고 했지만 마케팅에 지나지 않는 표현이다. 무료로 제공하던 버터는 유료판매로 바뀌었다.


맛은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평범한 스콘이다. 버터와 유지를 많이 넣었다고 하지만 풍미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재출시 기념으로 할인된 가격이 아니라면 다시 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추억은 역시 그냥 추억 속에 남아있는 편이 좋다. 사람들이 추억을 떠올리면서 지갑을 열기를 바라는 마케팅은 늘 실망스럽다. 사라지는 것들에는 이유가 있다. 시장도 변하고 소비자들의 입맛과 취향도 달라진다. 재출시라는 명목으로 추억을 망치는 것보다 그대로 남겨두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판매전략이라도 성공하면 마케팅이 되지만 실패하면 상술로 전락한다. 레트로 마케팅이 난립하다 보니 이제는 딱히 반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돌아온’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재출시되는 메뉴는 날이 갈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레트로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세태를 보면 옆 나라 일본이 떠오른다. 30년 가까운 장기불황을 견뎌내면서 일본은 수많은 상품에 레트로라는 이름의 포장지를 씌워서 판매했다. 음식과 영화 그리고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추억이라는 상표가 붙어있었다. 사람 사는 곳은 크게 다른 것 같으면서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다.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한 대한민국 역시 추억을 팔아먹는 상술을 앞으로 더 많이 만나게 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눈 오는 날